놀런은 내 음악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파트너

    입력 : 2017.09.11 03:06

    [10월 첫 내한 공연 한스 치머]

    수많은 영화 음악 만든 巨匠… 록밴드 연주자로 음악 인생 시작
    "좋은 영화는 관객의 생각을 자극… 그 생각을 돕는 게 영화 음악이죠"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년 독일 출신 신인 작곡가가 프로듀싱한 이 노래는 일종의 예언이 됐다. 이후 40여 년 동안 대중음악의 주도권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넘어갔다. 역설적이게도 노래 프로듀서였던 한스 치머(Zimmer·60)에게만은 그 예언이 빗나갔다. 당시 TV 광고음악을 만들던 스물두 살 풋내기는 영화음악 거장으로 우뚝 섰다. '레인맨' '델마와 루이스' '라이언킹' '캐러비안의 해적'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덩케르크' 등 그가 음악을 맡은 영화들은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스크린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던 그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 기회가 온다. 한스 치머는 다음 달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슬로라이프 슬로라이브(Slow Life Slow Live) 2017'로 첫 내한 공연을 가진다.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거장은 "무대 공포증이 있어 영화음악만 했던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크나이트’등의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한스 치머가 다음 달 서울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다크나이트’등의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한스 치머가 다음 달 서울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그는“내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영화음악만 했던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공연에서는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음악가이다. /프라이빗커브
    "20년 전 전쟁영화 '씬 레드라인'의 음악을 작업할 때 감독이 내게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편집해보라고 하더군요. 결과요? 끔찍할 정도로 평범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앞으로는 영화음악 외에 다른 건 안 하겠다고."

    이 '소심한' 성격 탓에 라이브 공연은 꿈꾼 적도 없다. 그러다 2014년 친구의 끈질긴 권유로 런던의 소극장에서 두 번의 공연을 열었다. 치머는 '과연 영상 없이 음악만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다행히 많은 관객이 몰려왔고, 반응도 좋았다. 그때부터 한스 치머는 19인조 빅밴드와 함께 자신이 만든 영화음악을 들려주는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무대 공포증은 여전하지만 이런 멋진 모험을 할 기회를 놓칠 순 없다"고 했다. 치머는 내한 공연에서 기타와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한다.

    한스 치머는 클래식처럼 웅장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록 밴드 키보드 연주자로 음악을 시작했다. 작곡 활동 초기엔 펑크록 밴드와도 작업했다. 그는 "'다크나이트'의 음악도 사실 펑크록 스타일"이라고 했다. 신경질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인상 깊은 'Why So serious?' 같은 곡이 그렇다. "(펑크록처럼) 공격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만드는 것도 즐깁니다. 언젠가는 요즘 10·20대에 인기 많은 영국 록 밴드 '뮤즈'와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한국에선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두루 치머의 음악에 친숙하다. '인터스텔라'처럼 국내에서 관객 1000만명을 넘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들이 큰 역할을 했다. 둘은 영화계에서 소문난 찰떡궁합이다. "놀런은 내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파트너죠. 그와 작업할 때 하루 한 장씩 일기 비슷한 걸 써서 서로 보여주며 소통한 적도 있습니다. 놀런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한 페이지에 쓰면 제가 그걸 읽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곧바로 써주는 식이죠."

    놀런의 배트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치머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배트맨 대 수퍼맨' 등 수퍼 히어로 영화음악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젠 수퍼 히어로 영화음악은 안 만든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요즘 영화 장르는 다 진부해졌어요.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를 찾기 어렵죠. 관객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고, 좋은 음악은 그걸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공연 문의 (02)563-0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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