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71세 피아니스트가 관객과 베토벤에게 바친 꽃다발

    입력 : 2017.09.11 03:06

    [백건우 '끝없는 여정']

    베토벤 소나타 전곡 완주… 바위처럼 흔들림없던 7일의 여정

    침묵이 고였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따사롭고 충만한 정적(靜寂). 그 초월의 한가운데에서 백건우(71)는 허공에 멈췄던 두 손을 찬찬히 내렸다. 막혔던 둑이 터지듯 와르르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의 물결. 일흔을 넘긴 피아니스트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2000여 청중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은 뒤 허리를 숙여 깊이 절했다.

    8일 오후 베토벤 소나타 마지막 연주를 마친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청중에게 화답하는 백건우.
    8일 오후 베토벤 소나타 마지막 연주를 마친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청중에게 화답하는 백건우. /빈체로
    지난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여덟 번의 무대에서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전곡(全曲·32곡)을 완주한 독주회 '끝없는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 마지막 연주가 펼쳐진 8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후기 소나타인 30·31·32번을 중간 휴식 시간 없이 한 호흡으로 밀고 나간 백건우는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매력적인 선율이 한 편의 시처럼 우아하게 그려진 31번에서도, 격한 흐름을 절정까지 밀어붙이다 고통의 극한을 넘어서는 32번에서도 연주자는 굵고 두툼한 손을 놀려 담백한 아름다움을 뽑아냈다.

    음악회에 가면 연주자의 살아온 지난날을 들여다보는 듯 아득함에 빠질 때가 있다. 이번 공연이 그랬다. 그의 모든 피아니즘이 완벽하진 않았다. 때론 기존 박자보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흘러갔고, 몇몇 음은 사라지거나 뭉뚱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음악은 듣는 이의 몫이다. 멈추지 않는 커튼콜에 계속 무대로 불려나오던 백건우는 자신이 받은 꽃다발을 피아노 위에 살포시 내려두고 퇴장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무대 뒤에서 그는 "관객과 베토벤과 피아노에 바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독주회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전국 20여 개 시·군·구 공연장에서 베토벤을 들려줬던 백건우는 15일부터 또다시 강원도 동해와 경북 경주, 수원을 돌며 남은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백건우의 '끝없는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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