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려고 조작하지 않는다… 만화 소재는 전부 실화"

    입력 : 2017.09.11 03:02

    - '생활의 참견' 만화가 김양수
    2008년 시작해 1000회 맞아… 평점 9.9점인 '생활툰'의 대가
    지난 시간 돌아보려 무기한 휴재 "조선시대 배경 차기작도 준비중"

    만화가 김양수(44)씨의 웹툰 '생활의 참견'이 연재 1000회를 맞았다. 2008년부터 10년째. 월·토요일 매회 평점 9.9점을 넘기며 '생활툰' 장르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김씨는 "작가로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며 돌연 무기한 휴재(休載)를 선언했다.

    ―1000회가 일종의 분기점인가.

    "10년쯤 하면 지치고 말고가 없다. 그냥 생활이다. 치질 수술하고 나서도 엎드린 채 그렸으니까. 다만 지금 안 멈추면 계속 작품에 끌려 다닐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동료들이 '한 달 쉬면 답 나온다' 하더라."

    웹툰은 '편맥'(편의점 맥주) 한잔하자고 불렀더니 '편육'을 사온 친구, 대머리라 깡패로 오인받아 입국심사대에 붙잡힌 만화가 등 생활 속 소사에서 웃음의 단편을 발굴해 주제별 10컷 내외로 그려낸다.

    만화가 김양수씨가 서울 풍납동 작업실 앞에서 웹툰‘생활의 참견’1000회를 기념하는 인쇄물을 들어 보였다.
    만화가 김양수씨가 서울 풍납동 작업실 앞에서 웹툰‘생활의 참견’1000회를 기념하는 인쇄물을 들어 보였다. 김씨는“만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일주일에 한 편 이상 퀄리티를 유지하며 그려낼 수 있는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전부 실화인가?

    "지어내지 않는다. 매주 독자 사연 30개 정도가 접수된다. 아르헨티나 같은 먼 나라에서도 온다. 늘 주변을 관찰한다. 메모가 몸에 뱄다." 지난 5일 기자는 김씨가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서울 풍납동 작업실을 찾다 길을 꽤 헤맸다. 마지막 번지수 '32'를 '2'로 잘못 적어준 거였다. 김씨는 "오늘 일도 언젠가 소재가 될 수 있다"며 씩 웃었다.

    ―'생활툰'의 애로사항?

    "어머니와 아내와 딸…. 내 가족의 생활을 온 대중에게 드러내는 일이다. 동시에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로 생활툰을 접는 작가도 있다. 소재가 한정돼 있어도 매회 몽땅 때려넣어야 한다. 소재 아끼느라 분량이 짧아지니 순위가 쭉 내려가더라."

    '날자! 고도리' 김수정의 열혈팬을 자처하던 김씨의 만화가 인생은 20년 전 시작됐다. "1997년 음악잡지 기자로 일하고 있었어요. 원고 하나가 구멍 나 급히 지면을 메워야 했어요. '내가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손을 들었죠." '생활의 참견' 구(舊)버전, 이름하여 '김양수의 카툰판타지'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무명 시절이 길었다.

    "10년을 그렸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만두려고 했다. 2007년 네이버에서 연재 제의가 왔다. 사표를 냈다. 서른네 살이었고, 망해도 재기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망하지 않았고, 대기업 임원 연봉의 수입을 올린다. "만화가 곽백수 선배가 그랬다. 누구나 정점을 찍으면 내려간다고. 중요한 건 얼마나 늦게 내려가는가라고. 그러려면 삶이 규칙적이어야 한다고. 매일 오전 8시 작업실 출근, 오후 8시 퇴근하는 이유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

    "개그 만화인데 자주 회자되는 건 슬픈 내용이다. 죽은 첫째 형을 다룬 '큰형과 크리스마스'(822화)도 그렇고. 999화도 선명하다. 지난봄 둘째 형이 폐암으로 죽었다. 화장(火葬) 직전 형의 시신을 붙잡고 '다음에도 다시 만나자'던 형수님이 잊히지 않는다. 그 한마디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인가?"

    김씨에 따르면 그는 "만화로 생활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휴재가 완결을 의미할 수 없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모험극도 준비하고 있다. "기다려 주세요. 돌아올 테니까."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