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입에 '블라인드 면접' 도입한다는데…

    입력 : 2017.09.11 03:06 | 수정 : 2017.09.11 06:23

    - "서류로 학교명 유추 가능" vs. "공정한 평가 이뤄질 것"

    지난달 교육부(사회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앞으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및 특기자전형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 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만으로도 입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수정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 방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또는 폐지 ▲교사추천서 등 학생부 기재 양식 개선 ▲대입 평가 기준 공개 및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블라인드 전형이 서류 평가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출신 고교를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대입에서도 출신 고교에 따른 차별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면접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별 선발 방식과 과정이 비공개여서 실제로는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 일반고 등 출신 고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가 면접자에게 지원자의 인적사항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대입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면접자에게 지원자의 인적사항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대입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조선일보 DB
    '대입 블라인드 면접'은 최근 공공기관과 대기업 지원 시 입사지원서에 출신지, 가족, 학력, 사진 등을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와 같은 맥락이다. 사전 정보로 인한 선입견 없이 인재를 뽑는 채용 방식을 입시에 반영해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발표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육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입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는 '블라인드 선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는 출신 고교를 기재할 수 있는데, 면접은 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면접관은 서류 평가에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미 서류 검토 과정에서 출신 고교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면접관이 학생에 대한 일체의 사전 정보가 없다면 면접은 학생부 기반이 아닌 제시문 활용 면접이나 심화 구술 평가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제시문 활용 면접이나 심화 구술 평가 면접이 활성화하면 결국 면접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소재 A 대학 입학처장은 "블라인드 면접의 취지는 공감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대학은 면접 심사를 위해 서류를 자세히 보는데, 학교명을 기재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이나 운영 프로그램, 세부 특기 사항 등을 통해 어느 고교인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B 대학 입학처장 역시 "학종의 효과 중 하나가 '고교와 대학의 연계'"라며 "자연스럽게 어느 고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대학이 속속들이 아는 상태여서 굳이 출신 학교를 밝히지 않아도 내용을 보면 짐작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선 대학들은 수년간 학종을 실시하면서 고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태다. 임 대표는 "서류에 출신 학교 기재가 허용된다면 블라인드 면접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면접 때 교복 착용부터 금지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블라인드 면접을 의무화하면 대학들은 변별력을 판단할 수 없어 면접 비중을 줄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면접에서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질문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A대학 입학처장은 "평가자들에게 출신 고교를 보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좋은 학교 출신의 인재를 뽑고 싶은 게 대학의 솔직한 심정"이라며 "(만약 제도가 시행되면)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을 면접에서 풀어놓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지방의 C 국립대 입학처장은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하면 공정성 확보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전면 도입에 앞서 정부가 고교 간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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