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1 때 진로 확고히 결정… 자소서 500번 고쳐 썼어요

    입력 : 2017.09.11 03:06 | 수정 : 2017.09.11 09:55

    나의 대학 합격기ㅣ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1 권나영양
    '학종' 진학 목표 세우고 내신 집중
    진로 활동할 때마다 느낀 점 메모

    선택은 빠르고 정확할수록 좋다. 그만큼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준비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일찍 경험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에 휩싸여 주저하기보단 일단 던져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진로와 진학을 한꺼번에 결정해야 하는 대학 입시야말로 때론 빠른 선택을 요한다. 2017학년도 중앙대학교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다빈치형인재, 이하 학종)으로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권나영(20·청주 대성고 졸)양도 “고교 때 입시 전형의 방향을 빨리 정해서 밀도 있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고교 1학년에 자신의 진로와 진학의 방향을 모두 결정한 권양에게 비결을 물었다.

    권양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한 번 결정한 일은 웬만해선 번복하지 않는 성격이다. 대신, 자신이 과제를 부여한 만큼 집중적으로 몰입하고 예상되는 시행착오까지 꼼꼼히 챙기는 편이다. 평가도 스스로 매긴다. 성격이 워낙 주체적이라 담임선생님들이 “대학 입시 대비가 너무 단선적이지 않느냐”라고 걱정했을 정도다. 권양은 그러나 “주변 친구들의 선택이나 공부방식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게 가장 주효한 합격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①중앙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권나영양은 “원서 접수 마감일까지 자기소개서를 고쳤다”며 “대학에서 공부할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과 활동을 접목하는 식으로 수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①중앙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권나영양은 “원서 접수 마감일까지 자기소개서를 고쳤다”며 “대학에서 공부할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과 활동을 접목하는 식으로 수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김종연 기자

    고 1 때부터 자소서 수백 번 고쳐 써

    충북 청주시 소재 일반고에 입학한 권양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학종전형으로 진학할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뒀다. 중학교부터 꾸준히 해온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에서 영향을 받아 사회복지 정책을 주무하는 국가공무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고교 1학년 1학기가 끝난 여름방학, 권양은 모의고사와 내신(중간·기말고사) 성적을 놓고 진지하게 검토했다. ‘앞으로 남은 고교 2~3년, 수능과 내신 중 조금이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건 무엇일까?’ 고심 끝에 내린 그의 선택은 ‘내신’이었다. 이때 내신은 단순히 점수를 관리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학교생활을 비롯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조금씩 실현해 나가려는 의지인 동시에 학문입문자로서 준비과정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훗날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포착된 권양의 ‘가능성’은 바로 이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고교 1학년 2학기, 진학·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한 권양의 ‘활동’은 거침이 없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졌다. 대학에 가면 어떤 세부전공의 교수진에게, 무엇을 배울지 알게 됐다. 예컨대 ‘사회문제론’ ‘조사방법론’과 같은 강의제목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학과 정보가 넘쳐났다. 권양은 “이때부터 수험생이 준비해야 할 경험과 자질이 무엇인지 조금씩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학년에 진학한 권양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토론 동아리를 만들었다. 팀원도 직접 모집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 ‘9시 등교제’ 등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주제를 선정했다. 그런데 토론이 거듭할수록 기대했던 명쾌한 대안보다 ‘그래서 어쩌지?’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던 차에 일상의 문제를 제 손으로 해결할 기회를 잡았다. 토론 동아리와 교내 신문반을 겸하던 권양의 눈에 띈 난제는 ‘학교 신문은 (읽히지 않고) 왜 쉽게 버려질까?’였다. 권양은 설문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한편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기사 쓰기 방식과 가독성 있는 편집을 고민했다.

    “학생 개개인이 진학할 특정 전공과 관련해서 교내에 체험행사나 경진대회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학교에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없으면 만드는 겁니다. 직접 작성한 설문지를 돌리고, 자료를 수집해 대책방안을 찾아가는 건 사회복지학과에서 배우게 될 ‘조사론’과 관련된 활동이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나만의 방식’을 찾는 거예요.”

    권양은 고교시절 자기주도적으로 한 땀 한 땀 이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서 전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내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양은 “사회복지는 혼자 살 수 없는 개인의 존재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일”이라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도입부에 ‘한 아이가 성장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넣었는데, 사회복지학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구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단지 자기소개서 한 줄에 매길 수 있는 가산점에 불과했다면 권양이 이토록 들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학종)이 추구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의 ‘진정성’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사실 권양의 자소서는 오랜 시간 숙성되고 정제된 글이다. 진로·진학만을 결정지었던 고교 1학년 때 이미 자소서 초안이 완성됐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수시로 자소서를 꺼내어 고쳤다. 심지어 자소서 제출 마감일까지 글을 고쳤다.

    “1학년 겨울방학에 처음 쓴 자소서엔 열심히 필기하고 수업을 들었다는 식으로 썼어요. 사회복지학과를 염두에 두고 수업을 듣고, 여러 활동을 했던 2학년에 다시 보니 자소서가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본격적인 입시를 앞둔 3학년엔 ‘이거 심각한 수준이구나’ 했죠. 마감일까지 자소서를 고쳤으니, 고교 3년간 하나의 자소서를 500번은 쓴 것 같아요.”

    ‘500번 고쳐 쓴 자소서’는 권양의 체감지수에 기댄 비공식 통계지만, 수백번 고쳐 쓴 배경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발전 가능성’ ‘잠재력’이 학종의 주요 평가지표로 알려진 터라, 권양도 처음엔 ‘성적 향상을 위한 노력’ 등 학업을 위주로 작성했다. 하지만 고교의 ‘사회문화’ 교과목을 비롯해 사회복지학이라는 학문을 직·간접적으로 맛보기 시작하면서 자소서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학과 강의안에 맞춰,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이나 활동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고치기 시작했어요. 예컨대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설문응답자의 남녀 성비가 한쪽으로 쏠렸었는데 당시엔 문제인지 모르고 지나쳤거든요. 이렇게 되면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3 때 ‘사회문화’ 수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자소서에도 당연히 이런 시행착오를 넣어야 했기에 무수한 수정을 거친 것이죠.”

    ②권양의 고교 수업 노트.
    ②권양의 고교 수업 노트./김종연 기자

    3년간 적은 활동 메모 읽으며 면접 준비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은 1단계 서류(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 100, 2단계 서류 70+면접 30으로 평가한다. 서류는 여느 대학의 학종전형처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2단계 면접평가는 질문이 꼬리를 무는 식으로 심층적으로 이뤄진다. 의사소통능력뿐 아니라 서류의 진정성을 파악하려는 면접 방식이다. 일부 학종 합격생 중 면접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서류를 솔직하게 작성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모든 수험생에게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다. 여러 명의 심사자가 수험생 한 명에게 질의하는 이른바 ‘압박면접’의 중압감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압박면접이 부담스러운 수험생의 경우 권양의 면접 준비법을 눈여겨볼 만하다.

    1차 서류 합격통보 후 면접일까지 일주일도 채 주어지지 않아서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권양은 고교 1학년부터 ‘활동’을 할 때마다 느낀 점을 메모해뒀다. 일상적으로 읽은 책도 줄거리를 간단히 쓰고, 감상평을 몇 줄이라도 붙여뒀다. 면접을 앞두고 권양은 3년간 적어둔 포트폴리오를 여러 번 훑어보면서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외워뒀다.

    면접장에서 권양은 ▲감명 깊게 읽은 책 ▲설문조사 할 때 사실(현상)이 잘 반영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조사방법론 ▲‘9시 등교제’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상대 측의 입장 등을 질문받았다. 권양은 “수년 전의 경험들이지만, 포트폴리오를 훑어보고 간 덕분에 책의 주인공 이름까지 대면서 대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할 수 있었다”며 “면접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경험에 대해 묻는 것이라서 구체적으로 답변해야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막상 면접일이 되면 정신이 없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했다면 빨리 잊고 다음 질문을 준비해야 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누구보다 심지가 굳은 권양이지만, 그도 특정 대학·학과·전형에 고교의 모든 시계를 맞춰뒀던 게 일종의 ‘모험’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대학에서, 더욱더 큰 배움을 경험하면서 더 단단해진 원칙이 있다.

    “저는 대학 입시 전략만 놓고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주저 없이 질문하는 등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게 무모한 건 아니잖아요. 정해놓은 길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가세요. 그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테니까요.”

    ☞조선에듀 홈페이지(edu.chosun.com)에서 더 자세한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