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군사행동 하면… 北엔 아주 슬픈 날이 될 것"

    입력 : 2017.09.09 03:02 | 수정 : 2017.09.09 08:04

    ["우리가 말하는 건 장난 아니다"… 9·9절 도발 가능성에 경고]

    - 지난달 北의 괌 포위사격 위협때
    트럼프 "美본토 향해 날아오는 北미사일 모두 격추하라" 지시

    - 美, 북핵 문제 다면적으로 접근
    매티스 국방은 군사적 수단, 므누신 재무는 北경제 봉쇄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 대응 맡아

    노동당 창건일인 9일로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을 앞두고 미국이 7일(현지 시각) 다시 군사 옵션을 거론하고 나섰다. 북한 도발에 경고하면서 원유 금수 등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제재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셰이크 사바 알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적인 길로 가지 않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군사 행동은 옵션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과거 정부와 달리 협상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는다"고도 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국방부에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해 날아오는 어떤 북한 미사일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괌 포위 사격을 위협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지시했다"며 "북한의 위협이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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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셰이크 사바 알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사용한다면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UPI 연합뉴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을 자청해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현재까지 지난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이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음을 사실상 미국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6차 핵실험과 관련해 "진전된 핵실험"이란 용어를 쓰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날 약 30분에 걸친 브리핑 대부분을 군사 행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억제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을 벌이면 서로 '전멸'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이 낮았지만, 북한 김정은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술핵 배치와 관련한 질문에도 "광범위한 옵션을 고려 중"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무기 개발로 더 안전해지려고 하는 것은 틀렸다"며 "우리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북한과 협상할 때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제재가 북한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실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중대한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며 "실제로 제재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이고 2017년에 (수위를) 두 배로 올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이 북한에 대한 경고용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오판하지 않아야 한다"며 "현재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 (미국의 뜻을) 오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상·하원의 대북 정책 설명회에서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행동은 미국 정부의 첫째 선택은 아니다"라고 해서 북한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를 원유 금수 등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에 동참시키기 위한 '수사(修辭)'를 북한이 유화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에 다면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외교는 그중 한 부분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국방장관은 군사적 수단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경제 봉쇄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의 대응을 맡고 있다"고 했다. 대화를 책임지는 국무부에서도 군사적 옵션이 살아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관리하고 억지할 수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게 뭔지 두고 보자"며 모호하게 답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두고 보자(we will see)'란 말이 어떤 상황에서도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처럼 됐다"며 "'두고 보자'는 말로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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