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옥죄는 '여자 트럼프'… 차기 국무장관설 솔솔

    입력 : 2017.09.09 03:02 | 수정 : 2017.09.09 16:22

    [인도계 미국 유엔 대사 헤일리… 對北 끝장 제재 이끌며 주목]

    이민 규제 주장 '트럼프 닮은꼴'
    32세 정계 입문 뒤 주지사까지… 불도저처럼 일해 '도살자' 별명
    헤일리 "작년 장관직 제안받아… 외교 경험 부족해 거절했다"

    "미국의 실질적인 외교정책 사령관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어디에 있나'란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때에도 틸러슨 국무장관은 허리케인 하비 피해 지역 방문을 이유로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지만, 헤일리 대사는 "김정은이 전쟁을 못 해 안달이 났다"며 대북 제재 정국을 주도했다. 포린폴리시는 "틸러슨 장관의 침묵이 퇴출설에 다시 불을 붙였다"며 "헤일리 대사가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교체설이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측근들에게 "틸러슨은 완전히 기득권"이라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대사는 7일 보도된 CNN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국무부 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외교 경험이 부족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가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헤일리 대사는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하면서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가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헤일리 대사는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하면서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 의원과 주(州)지사 를 지낸 그녀가 당초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정도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언론에선 "무역박람회 참가를 제외하면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향해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갖춘 대선 주자"라고 직격탄을 날린 적도 있었다. 트럼프가 이런 헤일리 대사를 발탁했을 때만 해도 공화당 내 '탕평'과 '여성 배려' 차원이란 말이 많았다.

    헤일리 대사는 펀자브 지방 출신 시크교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때부터 어머니 옷가게에서 장부 정리를 했던 그는 대학에서도 회계학을 전공했다. 32세 때인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 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정계 입문했다. 그는 이 선거에서 30년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주 하원 의원을 공화당 경선에서 물리쳤다. 보유세 감세와 교사 급여 성과 연동제 등을 주장하면서, 커피와 도넛을 들고 유권자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썼다. 그는 이때 현지 언론에서 '용 도살자(dragon slayer)'라는 별명을 얻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으로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선거를 뒤집었다는 이유였다. 그는 2010년까지 3선을 했고, 최고 80% 득표율을 올린 적도 있었다.

    이를 발판으로 2010년 주지사에 출마했을 땐 "2명의 남성과 외도를 했다"는 소문에 시달렸지만 "비열한 남부 출신 백인 남자들의 사고"라며 정면 돌파했다. 인도계로선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주지사가 된 뒤엔 주(州) 방위군 장교로 일하는 남편을 아프가니스탄 전장으로 1년간 보내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15년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청년이 흑인 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을 살해하자,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 소지가 있는 남부연합기를 공공기관에서 퇴출시켰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프로필

    그녀는 인도계여서 '공화당의 오바마'로 불렸지만, 정책을 보면 '리틀 트럼프'에 가깝다. 트럼프와 똑같이 감세와 교육의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고, 낙태 제한과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시크교도였지만 남편과 결혼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해 보수 기독교도의 지지도 받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엔에서도 헤일리 대사는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한번 사안을 물면 놓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가 실제로 국무장관을 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의 튀는 행동에 대한 우려가 적잖은 탓이다. 지난 7월 말엔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정권 교체는 없다"고 말하고 있을 때, 방송에 나가 "김정은 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무부를 당혹스럽게 한 적도 있다. 일부 국무부 외교관들은 헤일리 대사에게 "북한과 시리아, 이란 등의 문제에서는 국무부의 근본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경고성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틸러슨 장관이 국무부 구조 조정을 추진하면서 내부 반발로 경질론이 대두되는 측면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국무장관을 경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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