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샤오강과 다른 점? 더 젊고 '글로벌'하죠"

    입력 : 2017.09.09 03:02 | 수정 : 2017.09.09 08:10

    [中 '바링허우(八零後)' 작가 쑨쉰, 한국 첫 개인전 '망새의 눈물']

    아트바젤·구겐하임 등 거쳐 중국 2세대 스타작가로 부상
    중국화에 3D 영상 접목해 전통과 현대의 충돌·화해 그려
    11월 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쑨쉰(孫遜·37)을 만난 건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틀 뒤였다. '하필 이 시기에 서울 전시냐' 묻자,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가 중국보다 안전할걸요? 핵실험 지역은 중국에 더 가까워요. 그 오염, 중국이 다 받을 텐데요 뭘, 하하!"

    바투 자른 머리, 부리부리한 눈매를 지닌 중국 작가 쑨쉰은 세계 미술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작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발표한 영상 작품 '지구의 복원(Reco nstruction of the Universe)'으로 주목받았고, 구겐하임·메트로폴리탄뮤지엄을 거쳐 뉴욕에도 입성했다. 7월 한 달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내걸린 '타임 스파이(Time Spy)'는 뉴요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무, 불, 물, 흙 등을 새긴 수천 개 목판화로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전통과 현대의 충돌과 화해를 호방하고도 역동적으로 펼쳐낸 입체 영상이 탄성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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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시작한 쑨쉰. 손오공, 삼장법사,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형 그림은 서울에 들어와 작업한 것으로 정치를 마술로 풍자한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장샤오강, 웨민쥔을 잇는 중국 스타 작가 쑨쉰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11월 5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망새의 눈물'. 거침없는 입담의 쑨쉰은 "장샤오강, 웨민쥔과 내가 다른 건 그들은 늙고 나는 젊다는 것, 그들과 달리 난 어릴 때부터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1980년대생을 뜻하는 '바링허우(八零後)' 세대인 쑨쉰은 랴오닝성 작은 광산 마을에서 태어났다. "공부보다 물고기 잡고 장난감 탱크 만드는 게 좋았던" 개구쟁이. 문화혁명 때 부르주아로 고초를 겪은 조부모로 인해 역사와 시간, 기억의 간극을 주목하게 됐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할머니가 담배 피우며 들려주신 이야기가 서로 달랐지요. 역사와 기억은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드로잉, 판화, 영상을 넘나드는 전방위 작업을 펼친다. '망새의 눈물'전에서도 강렬한 필치의 수묵과 설치,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선보인다. "망새는 중국 전통 건축의 용마루에 쓰이는 장식이죠. 악한 기운을 쫓고 재난을 막아주던 전통이 서구 문물에 밀려 사라지는 걸 슬퍼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지혜롭게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겁니다."

    나팔 부는 봉황(왼쪽), 날개를 단 천마 등 동양 신화에 나오는 동물들로 시대를 풍자한 수묵화.
    나팔 부는 봉황(왼쪽), 날개를 단 천마 등 동양 신화에 나오는 동물들로 시대를 풍자한 수묵화. /아라리오갤러리
    지하 1층 벽면 하나를 차지한 대형 그림은 일주일간 서울에 와 그린 작품이다.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호랑이와 싸우는 이 그림 제목은 '모든 사냥꾼은 마술을 부릴 줄 안다'. "전시를 위해 2년 전부터 서울을 오가며 관찰하고 뉴스를 매일같이 들었지요. '마술'과 '정치'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인다는 점에서 같아요. 손오공과 삼장법사도 도술을 부려 호랑이와 싸운다는 점에서 정치인이나 다름없지요." 맞은편에 걸린 7폭의 수묵화도 재미있다. 용의 머리를 한 황후, 시계탑을 뒤집어쓴 물고기 등 하나같이 괴기스럽다. 봉황은 왜 나팔을 불고 있느냐 묻자, 싱긋 웃었다.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뉴스! 너무 시끄러워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죠. 소음마저도 음악처럼 즐기며 살라는 뜻에서!"

    가로 7m에 달하는 그림 '물속의 용'도 특이하다. 얼핏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아프리카 코끼리가 걸어가고, 서양 신사들이 뱃놀이를 한다. 이를 영상으로 만든 9분짜리 애니메이션은 더욱 파격이다. 수묵 영상이 흐르는 듯하더니 원색의 월트디즈니가 튀어나오고 일장기와 한반도 지도, 김정은이 빠르게 교차한다. 불상이 험악한 표정으로 불을 뿜는 대목에서 쑨쉰이 말했다. "요즘 한반도 상황을 본다면 부처님도 화가 나지 않을까요?(웃음) 100년 뒤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며 인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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