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희성농장의 국내 최대 포도나무를 도덕현 대표가 살펴보고 있다. 뒤에 보이는 모든 포도송이가 이 나무 열매로, 300평가량 넝쿨이 뻗어있다.

전북 고창군 희성농장에는 총 24그루의 포도나무가 있다. 이 중 한 그루의 넝쿨이 축구장 4분의 1을 덮을 만큼 크다. 국내에서 가장 큰 포도나무다. 이 나무에서 올해 포도 4000송이가 열렸다. 올해 열세 살이 된 이 머루포도나무는 지난 2015년과 지난해에도 3000~3500송이 포도가 열려 화제였다. 이 나무가 뒤덮은 땅의 넓이는 1000㎡(약 302평)에 달한다. 총 6600㎡(약 2000평)인 이 농장을 한 그루가 6분의 1 정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포도나무 둘레는 10㎝가량이지만 이 나무는 53㎝에 달한다. 크기만 한 게 아니다. 머루포도의 당도는 보통 14브릭스(brix)인데 이 나무에서 난 포도 당도는 20브릭스에 이른다. 포도알 한 개 크기도 다른 나무의 1.5배쯤 된다. 이 밖에도 이 농장엔 2000~3000송이 열리는 나무가 6그루나 있다. 나머지도 모두 1000송이 넘게 열매 맺는다. 통상 포도나무 한 그루에는 50~100송이가 열린다.

일명 '불가능한 포도나무'를 길러낸 사람은 농장 대표 도덕현(58)씨다. 도씨는 이 '수퍼 포도나무'를 키우면서 거대한 석쇠처럼 생긴 스테인리스 판을 천장에 매달고, 그 판 위에 넝쿨을 올려놓았다. 도씨는 "넝쿨을 받쳐줘야 나무가 넘어지지 않고 옆으로 계속 자랄 수 있다"며 "2005년 이 포도나무를 심을 때부터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씨는 지난 1994년 귀농한 23년 차 농부다. 지금은 전국에서 유명한 '포도박사'로 통하지만 맨 처음 귀농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맨 처음엔 그도 다른 농장들처럼 키 60㎝짜리 포도나무를 일렬로 세우고 1년에 수차례씩 가지치기를 해 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포도를 재배했다. 그는 "작은 키에 일렬로 죽 세워놓고 키우는 포도 재배 방식으로는 사람도 나무도 스트레스 받더라"며 "3년쯤 지난 뒤부터 포도나무가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해주기 시작했다"며 "가둬놓고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 최근 문제가 된 것처럼 가지치기한 포도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 도씨 농장 포도나무는 모두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보통 열 살이 넘은 포도나무는 열매 품질이 떨어져 뿌리째 뽑거나 땅을 갈아엎고 새 묘목을 심지만 이 농장 포도나무는 모두 올해 열세 살이 됐다. 도씨는 "우리 농장 방식대로 포도를 기르면 100년이고 200년이고 나무를 바꾸지 않고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며 "기네스북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 나이가 230세를 넘었다고 하는데 우리 포도나무도 그렇게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