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그린 '벚꽃 위의 새', 벚꽃 아닌 복숭아꽃으로 바꿔야"

    입력 : 2017.09.08 03:04

    '2017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

    이중섭 ‘벚꽃 위의 새’

    지난해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에서 '황소' 못지 않게 사랑받은 작품은 '벚꽃 위의 새'였다. 비취색 은은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꽃가지 위로 흰 새가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 그런데 이 그림 제목을 '복숭아꽃 위의 새'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저녁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2017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에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서귀포시와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목수현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은 "이중섭이 벚꽃을 그린 경우는 없다. 오히려 복숭아 들고 있는 아이들을 많이 그렸던 이중섭에겐 복숭아꽃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수현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고(作故) 작가 전작도록 사업'에서 '이중섭 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을 맡은 책임연구원이기도 하다.

    '카탈로그 레조네'란 한 작가의 작품과 일기, 편지 등 모든 관련 자료를 수집해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작업. 목 회장은 '복숭아꽃'의 근거로 1955년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 팸플릿을 들었다. "45점의 작품 목록을 보면 '도희(桃喜)' '도화(桃花)' 등 복숭아를 뜻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이중섭 그림 중 복숭아꽃을 제목으로 한 건 없습니다. 혹시 '도희' '도화'라는 제목이 붙었던 작품이 '벚꽃 위의 새'라면 우리는 복숭아꽃을 벚꽃으로 착각해 부르는 심각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 회장은 "여러 도시를 떠돈 이중섭의 행적이 불분명한 데다 공식 매체에 글을 남긴 것이 한 편도 없고 네 차례 연 개인전 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작업에 애를 먹는다"면서도, "카탈로그 레조네가 진·위작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7일 열린 ‘2017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에 참석한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들이 제주 서귀포의 이중섭미술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강경구 가천대 교수,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윤진섭 미술평론가, 민정기 화백.
    7일 열린 ‘2017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에 참석한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들이 제주 서귀포의 이중섭미술관을 찾았다. 왼쪽부터 강경구 가천대 교수,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윤진섭 미술평론가, 민정기 화백. /김형호 객원기자
    또 다른 발제자로 참석한 김노암 전 세종문화회관 시각예술전문위원은 "상처 많은 제주 현대사에 이중섭은 일종의 치유적 존재"라며 "이중섭 같은 신화가 불가능한 시절을 살아가는" 2000년대 우리 예술가들의 치열한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이날 행사엔 이상순 서귀포 시장, 오광협 전 서귀포 시장, 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 데라사와 겐이치 제주 일본총영사관 총영사, 홍명표 이중섭탄생100주년기념사업 공동추진위원장, 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 강요배 화백, 민정기·김홍희·윤진섭·강경구·최은주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현영모 소암기념관 명예관장, 고영우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윤봉택 서귀포예총회장, 김수범 탐미협회장, 유족 대표로 이중섭 화백의 조카손녀 이지연·지향씨, 이중섭 가족에게 1.4평 셋방을 내주었던 집주인 김순복 할머니,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 등 각계 인사와 제주도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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