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갔던 아빠들, 한 달 만에 돌아오는 이유는

    입력 : 2017.09.07 14:33

    /조선DB
    “육아휴직 갔던 김대리가 한 달 만에 돌아왔어요. 보내준 회사 입장에선 좀 난감하네요….”

    국내 대기업 최초로 롯데그룹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는데, 제도 시행 후 육아휴직을 떠났던 남성 직원 10명 중 9명꼴로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부터 전 계열사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배우자가 출산을 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휴직 첫 달은 통상 임금의 100%를 보전한다. 현행 법에서는 남성들이 5일의 유급 출산휴가와 3개월 유급 육아휴직(통상임금의 80%, 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을 보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이다. 롯데그룹은 1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에 더해 최대 2년까지 아빠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제도 도입 직후 자녀 출산일에 맞춰 짐을 싸 집으로 가는 아빠 직원들이 러시를 이뤘다. 1월부터 7월 사이 롯데그룹 전 계열사 남성 직원 420명이 육아휴직제도를 썼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한 해 열명 안팎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간다는 타 대기업 사정에 비하면 롯데그룹은 이미 육아 선진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여느 기업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의 환호와 부러움 속에 육아휴직을 떠났던 김대리·이과장은 어쩐 일인지 한 달 만에 속속 회사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롯데마트 남성 육아휴직자 60명 중 56명(93.3%)이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등 육아휴직을 떠난 롯데그룹 남성 대부분이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롯데그룹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조기 복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 등 경력에 지장이 있을까봐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더 주된 요인이었다. 외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통상임금의 100%가 보장되는 첫 달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수입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한 달 만에 회사로 돌아온 롯데그룹 계열사 남성 직원 A씨는 “마음같아선 1년 동안 쉬면서 아이와 유대감을 키우고 미뤘던 자기계발도 하고 싶지만 외벌이라 대출금과 생활비를 생각하면 한 달 이상 쉬는 것은 아무래도 사치인 것 같다”며 “동료들을 봐도 아내가 수입이 많은 전문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편이 장기간 휴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통계를 봐도 20~30대 부부 중 외벌이가 생각보다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결혼한 신혼부부 중 절반에 못 미치는 49.7%가 맞벌이고, 그나마도 이듬해 아이를 낳으면 이 비율이 41.2%로 떨어진다. 한쪽이 수입을 책임지는 젊은 부부가 60%는 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급여 안정성’을 꼽았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단기적으로 남성의 소득 보전율을 높여주는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고용의 기회, 균등한 임금의 기회가 보장되면 외벌이 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아휴직 장려를 위해서는 소득 대체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기업에 맡기기 보단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남성육아휴직 할당제를 실시해 1개월에서 2개월, 3개월로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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