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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례: 중국 프랜차이즈의 급성장

맥도널드·KFC 위협하는 중국식 패스트푸드의 전략

중국 전통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중국식 패스트푸드가 급성장하고 있다.
'만만디' 잊은 빠른 서비스와 혼밥족 메뉴로
세계 유명 프랜차이즈들을 제치고 인기몰이 중이다.

    입력 : 2017.09.14 09:03

    청바지와 햄버거가 풍요와 자유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냉전 시절 소련과 동유럽을 비롯한 공산 독재국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랬다. 중국도 당시에는 비슷했다.

    1987년 KFC가 중국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 구름떼처럼 몰려온 ‘인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건 치킨만이 아니었다. 3년 뒤 맥도널드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햄버거와 치킨이 상징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의식과도 같았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늘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중국인이 많아졌다. 중국이 미국과 '주요 2개국(G2)'을 형성할 만큼 국력도 급성장하면서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도 시들해졌다.

    중국서 탄생한 외식 프랜차이즈 급성장

    중국 베이징 시내의 '전궁푸'매장. /전궁푸

    때맞춰 중국 전통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중국식 패스트푸드'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식 만두(딤섬)와 볶음밥 등을 주메뉴로 하는 중식 패스트푸드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만이나 싱가포르, 홍콩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

    1993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딘타이펑(대만)과 여러 차례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크리스털제이드(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식 프랜차이즈 중에는 중국 본토 출신 비율이 부쩍 늘었다. 메뉴도 '중식' 하면 으레 떠올리는 딤섬과 볶음 요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鍋)와 우육면(牛肉麵), 백반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궁푸의 성공 비결은 표준화

    전국적인 식자재 공급망,
    직원 300시간 이상 교육

    외국계 일변도였던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흐름을 바꾼 일등 공신은 중국식 백반 전문점 '전궁푸(眞功夫)'다. 1994년 '168'이란 이름의 찜 요리 전문점으로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에서 시작해 2004년 현재의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가 주를 이루지만 서구식 패스트푸드와는 거리가 멀다. 쌀밥에 닭 뼈를 우려낸 탕과 돼지갈비찜 등 보통의 중국 식당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전궁푸의 성공 비결은 표준화다. 약 4만3000㎡(약 1만3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세워 전국적인 식자재 공급망을 갖췄고, 직원들에게 연간 300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표준화에 힘을 쏟았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 배경에 노란 옷을 입은 이소룡(브루스 리)이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전궁푸의 간판과 로고 디자인도 인기에 한몫했다. 이소룡을 내세운 것은 '전광석화' 같은 음식 준비와 서빙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국 토종 패스트푸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곳은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 전문업체 샤부샤부(呷哺呷哺)다. 1998년 베이징에서 창업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58개 도시에 63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본래 훠궈는 커다란 냄비를 가운데 두고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요리다. 하지만 대도시의 직장인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샤부샤부는 직장인을 위해 혼자 먹을 수 있는 1인용 훠궈 메뉴를 출시해 인기몰이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저렴한 가격도 매력 요인이다.

    1인용 훠궈 메뉴 출시
    혼밥족 메뉴로 인기몰이

    면 요리를 주로 하는 패스트푸드 업체 중에는 '리셴성(李先生·영어 이름 'Mr. Lee)'이 단연 인기다. 리셴성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톈진(天津)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 그릇에 20위안(약 3200원) 하는 우육면과 탄탄면 등이 주메뉴인데 양이 푸짐하고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아 인기가 높다. 전궁푸에 비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리셴성은 1988년 미국계 중국인인 리베이치(李北祺)가 중국 베이징에서 창업했다. 창업 당시 상호는 '캘리포니아 비프누들 킹 USA(美國加州牛肉面大王)'였다. 리시엔셩의 간판에는 KFC 창업자 커넬 샌더스를 연상케 하는 리베이치의 초상화가 늘 등장한다.

    KFC 등 미국 브랜드 중국 점유율 감소

    중국 산둥성의 리셴성 매장. /리셴성

    중국 최대 만두 전문 프랜차이즈인 '다냥 물만두(大娘水餃)'도 인기다. 중국 90여 개 도시에 4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3년 기준 매출은 15억위안(약 2450억원)이었다. 물만두 외에 볶음면과 마파두부 등도 인기다.

    이 같은 상황 변화로 한때 각각 17%와 40%에 달했던 맥도널드와 KFC의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13%, 2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맥도널드는 지난 1월 중국·홍콩 사업 지분 80%를 중국 국유기업인 중신그룹과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20억8000만달러(약 2조34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맥도널드는 20%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이들과 합작 형태로 중국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KFC와 피자헛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최대 외식업체인 얌브랜드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법인(얌차이나) 지분 4억6000만달러어치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와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도 했다.

    맥도널드와 KFC가 하나로? 짝퉁 패스트푸드 천국 중국
    KFC의 상징 커넬 샌더스(오른쪽)와 중국 짝퉁 KFC의 마스코트.

    짝퉁 천국' 중국에서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의 짝퉁 매장이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KFC와 맥도널드를 합친 '짝퉁' 패스트푸드점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매장에는 KFC의 상징인 커넬 샌더스와 맥도널드의 마스코트 로널드 맥도널드를 각각 닮은 두 인형이 어깨동무하고 무릎에 손을 올린 채 벤치에 다정히 앉아 있는 모습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매장 이름은 '컨마이지(肯麥基)'였다. 중국에서 KFC는 '컨더지(肯德基)'로, 맥도널드는 '마이당라오(麥當勞)'로 불린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켄토널드' 정도가 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짝퉁 패스트푸드 매장은 여전히 중국 외식업계의 큰 골칫거리다. 짝퉁 매장이 가장 흔한 브랜드는 KFC다. KLC, OFC, BFC 등 비슷한 이름의 치킨 매장이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할아버지 그림 대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캐리커처를 사용한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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