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꽃선비’를 벗어낸 ‘배우 송재희의 반전

    입력 : 2017.09.09 10:56

    자로 잰 듯 반듯하고 훤칠한 외모, 그와 대비되는 좀 엉뚱한 사고방식, 넘치는 의욕과 미워할 수 없는 허당기를 고루 지닌 남자. 그 의외의 조합들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그저 ‘송재희스럽다’. 연기와 예능, 연애와 결혼, 삶의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자신의 룰대로, 자신답게 사는 송재희의 이야기.

    어떤 날은 웃기고 싶은 욕망에 진땀을 빼고, 어떤 날은 모두가 웃고 떠들던 가운데 자기 세계관을 설명하느라 혼자서 또 한껏 진지해진다. 최근엔 급기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정글에 뛰어들어 온몸을 불사르고 있다. 세상에 다시없을 열혈남아. 이런 그가 ‘드라마’ 속에선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차분한 얼굴을 하고서,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하게 여심을 흔들었던가.

    “예전에는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친한 친구들끼리 있을 땐 곧잘 웃기기도 하고 엉뚱한 모습도 드러내지만, 굳이 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죠.”

    마치 변명하듯 말문을 연 그는 연기자로서 조심스러웠던 마음을 먼저 고백했다. 2010년 MBC <로드넘버원>을 통해 데뷔했지만,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은 2012년 <해를 품은 달>을 통해서였다. 99학번으로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서부터 연기자로 일어서기 위해 아등바등해왔으니, 그 기다려온 세월이 어언 13년이라고. 30대 중반에야 찾아온 값진 기회를 보란 듯이 잡았지만, 그 이후 그를 찾아오는 배역들은 어쩐지 모두가 닮은꼴이었단다.

    “제 안에는 더 많은 모습이 있는데, 내 말투로, 내 캐릭터 그대로 연기해도 될 것 같은데, 촬영 현장에서부터 먹히질 않더라고요. 감독님들 말씀으론,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시청자와 감독님들을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할 즈음 신기하게도 또 다른 기회가 왔다. KBS2 <다 잘될 거야> 드라마 세트에서 만났던 스태프들이 의외로 웃긴 그와 엄현경의 콤비 플레이를 눈여겨보았다가 <해피투게더> 제작진에게 제보한 것. 덕분에 그는 숨겨졌던 의외의 매력을 뽐내며 ‘예능’의 문턱을 사뿐히 넘었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자신의 말투와 캐릭터를 그대로 내보이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야 드러낸 제 목소리, 송재희의 생각

    사실 그는 꽤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언젠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열변을 토했던 ‘로싸모(로봇과 싸우는 사람들의 모임)’ 이야기는 발전만 하고 제어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재의 기술력과 최첨단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원맨쇼였다. 너무 진지하면 지루할까 봐, 친근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단순화했더니 개그가 되어버렸다고.

    친근하진 않지만 꽤 설득력 있는 시도도 있었다. 몇 해 전 한창 날씬한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난민팔뚝’이란 표현이 수식어처럼 쓰일 때, 그는 개인 SNS를 통해 ‘난민’의 사전적 의미를 올리며 그 표현이 가볍게 쓰이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당시 겨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무렵, 긍정적인 이미지가 쌓이기도 전에 날 선 비판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덕분에 주변 지인들의 걱정을 샀지만, 정작 송재희에겐 그 일이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남았다. 그 이후 ‘난민팔뚝’이란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고.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간 그의 이력과 활동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 몇 개가 눈에 띈다. ‘나눔’ ‘봉사’ ‘지구촌’ ‘KOICA’ 등. 그 시작은 2013년 방영된 TV조선의 <코이카 로드>였다.

    “그때 간 곳이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DR콩고라는 나라였는데, 그곳 평균수명이 남성은 47세, 여성은 50세예요. 우리나라는 지금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엄청난 차이죠. 그런데도 그곳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해맑은 거예요. 그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현장에서 고민하면서 KOICA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됐어요.”

    그 인연을 계기로 201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는 ‘KOICA 홍보대사’로서의 활약은 문자 그 이상이다. KOICA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달음에 달려갔고, DR콩고로 다시 한 번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발언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KOICA 홍보대사’임을 밝히며 지구촌 문제와 나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데도 서슴없었다. 잘 알려진 얼굴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연기자로만 머무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 역시 소신을 가진 한 사람의 미디어 플레이어잖아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 바로잡고 싶은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랑 앞엔 그저 사랑꾼, 지소연과의 핑크빛 로맨스

    이 남자의 뜨거움과 솔직한 매력은 최근 불거진 열애설과 결혼 발표에서 더욱 화끈하게 드러났다. SBS <정글의 법칙> 촬영 중 이완의 질문 공세에 휘말려 얼떨결에 열애 사실을 공개하게 되자, 곧바로 그 자리에서 결혼 계획을 공표한 것. 그 상대는 TV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슈퍼모델 출신의 미녀 배우 지소연이다. 하지만 그는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외모가 아니라 ‘신앙심’ 때문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사실 그는 열렬한 크리스천으로 어느 자리에서건 자신의 신앙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와중에 자신만큼이나 ‘파이팅 있게’ 신앙심을 드러내는 여자를 만나게 된 반가움이 있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만난 지 3개월 만에 하는 결혼 발표는 너무 성급하지 않으냐고 재차 물으니, 그는 조심스럽게 혼자만의 12년 전 추억을 꺼냈다.
    “사실 소연이를 처음 만난 건 12년 전이에요. 소연이는 기억 못 하지만요. 그때 친한 동생이랑 같이 만나서 제가 밥도 샀었는데, 전혀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반한 이유가 ‘예뻐서’인 건 아니라지만, 어쨌거나 12년 전 첫 만남에서 송재희에게 각인된 지소연은 ‘예쁜 여자’였다. 그런데 그 만남을 상대방은 전혀 기억을 못 하니 꽤나 서운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 또한 큰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12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가 깊은 신앙심과 소박하고 건강한 마인드로 더욱 아름다워져 있었으니까.
    “소연이가 얼마 전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연기자들이 계속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뭔가 다른 일로 벌이를 해야 하지만, 사실 얼굴이 알려질수록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런데 소연이는 전혀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참 건강하고 예뻐 보였어요.”

    ‘연예인’의 허세에 물들지 않고, 소박하게 일상을 이어가며 작은 배역에도 최선을 다하는 진짜 ‘연기자’의 모습. 어쩌면 그 모습은 13년간의 긴 기다림 동안 스스로 마음에 새겨온 송재희의 결심 그리고 지향점과도 꼭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조바심을 내는 자신에게 오히려 “지금 충분히 괜찮다”고 다독여준 그녀에게 확신이 생겼다고. 덕분에 이들은 열애설의 뻔한 수순을 과감히 생략하고, 대중의 호기심에 ‘결혼 발표’로 멋지게 응수했다.

    “결혼식은 9월 7일이에요. 날짜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숫자를 더해서 의미를 두는 버릇이 있는데, 9+7은 16, 이 16을 다시 1+6 하면 7이잖아요.”

    그만의 엉뚱한 사고방식, 평소보다도 좀 더 과한 의미 부여가 ‘예비 신랑’의 설렘과 기대를 짐작하게 했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들만 모여 들판에서 소박하지만 로맨틱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취재진이 뻑적지근하게 몰리는 공개 결혼식이 아니라서 서운해할 필요는 없겠다.

    현재 두 사람의 인스타그램은 온통 핑크빛! 프러포즈를 하고, 데이트를 하고, 매일같이 사랑을 속삭이는 그 모습이 거의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으니까. 이 달달한 ‘연애사’야말로 앞뒤 잴 줄 모르는, ‘이거다’ 싶으면 무섭게 몰두하는, 그러나 자상하고 로맨틱한 ‘송재희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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