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푸틴과 정상회담 시작]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미가 연일 '강력 대응'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고수해왔던 대화와 제재 병행론을 사실상 거둬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5일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은 지난 보수 정부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 '북한과는 핵 폐기를 전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최고의 강도로 부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차원의 대화도 피하지 않을 것이나 지금 상황은 북한의 위험천만한 도발에 대해서 강력하게 규탄하고 압박해야 할 때이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있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며 "두 정상 사이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합의가 돼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일단 후속 도발만 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핵 동결 입구론(論)을 제시해왔다. 현 정부 핵심 인사 중에는 도발 중단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해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반면 한국의 지난 정부와 미국 정부는 '그냥 중단만 하는 건 의미가 없고,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이 이뤄져야 대화한다'는 기조였다. 청와대가 이날 밝힌 내용대로라면 미국이나 과거 한국 정부 방침과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제재와 압박을 하다 보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뛰쳐나올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언제까지 제재만 계속할 것은 아니고 전략적 차원에서 지금은 대화를 추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이런 기류 변화는 우선 "추가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기대가 깨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 압박 분위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 가능성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와 통화한 뒤 발표한 것인데도 백악관 성명엔 북한 문제만 언급돼 있었다. 전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에 대해 '완전한 절멸(total annihilation)'을 경고하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며 "미국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인내심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6차 핵실험은 유엔의 북한에 대한 어중간한 조치를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이번 주 안에 대북 추가 제재를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배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