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억 들인 제주 도심광장, 노숙자·취객 놀이터로

    입력 : 2017.09.06 03:04

    산지천 광장 골칫거리로 전락… 관광객뿐 아니라 주민도 외면
    주민들 '금주거리' 지정 요청도

    제주도와 제주시가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예산 92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도심 광장이 노숙인과 술 취한 사람들에게 점령당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 3일 오후 1시 제주시 동문전통시장 앞 산지천 분수광장 중앙엔 중년 남성 5명이 종이 박스를 깔아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주변엔 막걸리 병이 여기저기 뒹굴었고, 술 냄새가 풍겼다. 한 남성은 술병을 손에 들고 비틀거리며 광장을 돌아다녔다. 분수광장에서 매일 낮 열리는 분수 쇼를 감상하러 온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있는 노숙인들을 보곤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제주시 산지천분수광장에서 노숙인 등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도 보인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제주시 산지천분수광장에서 노숙인 등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도 보인다. /뉴시스
    제주시는 지난 2002년 '도심 속 생태 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사업비 360여억원을 들여 산지천(440여m) 복원 사업을 완료했다. 이 산지천 복원 사업은 2003년 시작된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이 모델이기도 했다. 이어 제주도는 예산 565억원을 투입해 산지천을 중심으로 탐라문화광장(면적 4만5845㎡)을 조성했다. 이곳을 문화관광지로 만들어 침체된 구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노숙인과 주취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광장 인근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한다는 강모씨는 "산지천 광장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와 손님들에게 담배와 현금을 구걸한다"며 "주민들도 무서운데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오죽하겠냐"라고 말했다. 호텔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산지천 광장은 제주에서 가장 큰 동문전통시장과 가깝고, 제주시 구도심 최대 상권인 칠성로 입구에 있다"며 "뛰어난 관광자원인 산지천과 탐라문화광장을 노숙자 등이 차지하고 있는데도 행정 당국이 왜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수년간 음주와 흡연, 성매매 알선, 불법 주차 등 문제가 잇따르자 참다못한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과 상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탐라문화광장협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산지천과 탐라문화광장 일대를 '금주·금연 거리'로 지정해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들은 "이곳을 금주 거리로 지정하면 주폭(酒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면서 "노숙인들의 재활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 지원 사업 등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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