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소시지' 허망한 호들갑

    입력 : 2017.09.06 03:04

    식약처, 외신 보도후 내린 판매중단 조치 12일 만에 해제
    英 보고서엔 '바이러스 검출' 내용 없어… 한국만 과민반응

    E형 간염 소시즈 한국과 영국의 대응 비교 표
    'E형 간염 소시지' 논란과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비(非)가열' 유럽산 돼지고기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일 밝혔다. 지난달 24일 "유럽에서 햄·소시지 때문에 E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해외 정보가 있다"면서 식약처가 유통 중인 햄·소시지 202건을 수거해 조사한 지 12일 만이다. 조사 대상 제품에 대한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도 이날 해제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간염 소시지' 논란은 식약처의 '과민 반응' '과잉 대응'이 빚어낸 해프닝 성격이 짙었다. 당시 '유해 생리대'와 '살충제 계란' 논란이 한창인 와중이어서 "또 다른 식품 공포 차단을 위해 유통·판매 중단 등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식약처는 밝혔지만, 사태 전말을 살펴보면 식품 당국이 이처럼 불안감을 키울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

    지난달 23일 한 외신은 'E형 간염 바이러스 실태 조사'를 다룬 영국 공중보건국(PHE) 보고서를 소개했다. 식약처는 이 보도를 계기로 유럽산 소시지 제품의 유통을 잠정 중단시켰다. 하지만 본지가 PHE 보고서 원문을 구해 살펴본 결과, 그간 국내 알려진 것과 달리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유통 중인 소시지나 햄 제품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단지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 6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했더니 41명이 유통업체 '테스코'가 판매하는 돼지고기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했다. 게다가 영국 보건국은 이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자 선정이 편향됐을 수 있고, 테스코 제품이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테스코 제품이나 유럽산 돼지고기 가공품에 대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검출 여부 조사를 실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 식품 당국은 마치 유럽산 돼지고기 제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고, 이미 국내로 들어와 유통됐을 수 있다는 식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판매 중단 등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승욱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기에 걸린 우리나라 환자가 전부 밥을 먹었다고 해서 밥을 감기 원인으로 지목하진 않는다"면서 "정부가 외국의 일부 간염 환자가 어떤 제품을 많이 구매했다고 해서 그 제품을 E형 간염 우려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식품 당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작 영국이나 유럽에선 큰 논란이 없었는데 우리가 과잉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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