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 무리한 감축… 노후열차도 교체 못해

    입력 : 2017.09.06 03:04

    서울·부산 지하철 일곱량중 한량, 운행한 지 25년 넘어 교체 필요
    30년 넘은 186량 지원 급한데 복지 늘리느라… 기재부 "돈 없다"
    "국민 생명·안전 외면" 비판 나와

    노후 도시철도 전동열차 교체 정부 재정 지원액 추정 표

    지난 1월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구 신천역)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전동열차에서 화재가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열차 아래쪽에 달린 단류기(전원 차단 및 공급 장치)에서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화재였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전동차는 1990년 11월 도입돼 27년을 운행한 노후 열차였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서울·부산지하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4496량 가운데 2318량(51.6%)이 운행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열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 25년 이상 돼 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노후 열차는 682량(15.2%)이었다. 서울·부산 시민들이 매일 타는 지하철 일곱 량 중 한 량꼴로 고장 및 안전 사고 위험이 큰 노후 차량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승객 안전을 위해 서둘러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관련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는 우선 급한 대로 서울·부산 지하철 가운데 운행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차량(186량)의 교체 비용 일부(335억원)를 내년 예산에 반영해 서울교통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사에 지원하려 했다. 그러나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지원해 줄 돈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부처 간 공식 협의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내년도 복지·노동 예산을 대폭 확대 편성하는 대신 국토교통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19조600억원)보다 23% 줄인 14조7000억원으로 편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박완수 의원은 "노후 열차 교체처럼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SOC 예산만큼은 확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만성적인 적자와 공공기관 재무 개선 요구 등으로 철도 운영자들은 안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면서 "불필요한 철도·도로 건설은 줄이더라도 안전 예산까지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상 전동열차의 내구 연한은 25년이다. 현재는 제도 변경으로 열차 운행 20년이 되면 노후했다고 보고, 정밀 진단 등을 통해 5년씩 더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철도업계 등에선 "열차 주문 이후 실제 운행에 투입할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운행 20년이 되면 대체 차량을 구입할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올 1월 기준 운행 20년이 넘은 서울·부산 지하철 전동차 2318량의 교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경우 총 1조1901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레일 등이 보유한 전국의 열차를 모두 합할 경우 2만2775량 중 7477량(32.8%)이 운행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교체 계획 수립이 시급한 운행 30년 이상 도시철도 열차에 대해서라도 내년에 교체 비용을 우선 지원하려 했지만 결국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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