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나무'를 차다

    입력 : 2017.09.06 03:01 | 수정 : 2017.09.06 08:52

    단풍나무 등 원목으로 시계 제작
    나뭇결·色·香까지 살려내 인기… 각인 쉬워 이름·문양 새기기도

    "시계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가 나요."

    대학생 송주희(25)씨가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코 가까이 갖다 대며 말했다. 금속 알레르기가 심한 그는 단풍나무 원목(原木)으로 만든 시계를 찬다. 유리 속 시침·분침·초침, 시곗줄과 그 이음매까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다. 색상도 단풍잎을 닮은 붉은색. 금속이 닿으면 피부가 오돌토돌 일어나 몸에 액세서리를 둘러본 적 없다는 그는 "몸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금속을 벗는다. 헐벗은 손목을 차지한 건 나무. 나무 색과 결, 향까지 살려낸 '나무 손목시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풍나무, 적색·녹색·흑색 백단나무 등 주로 원목 가구에 쓰이는 나무가 소재다. 육중한 금속을 벗어낸 만큼 몸무게도 가볍다. 50~60g 남짓으로 일반 손목시계 무게의 절반쯤 된다.

    단풍나무·호두나무 등으로 만든 ‘나무 손목시계’는 나무 고유의 색과 결, 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단풍나무·호두나무 등으로 만든 ‘나무 손목시계’는 나무 고유의 색과 결, 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VOWOOD
    나무 시계가 먼저 인기를 끈 건 이탈리아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 회사가 전체의 90%가 나무로 만들어진 손목시계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한국·일본 등으로 건너와 독특한 패션 소품을 찾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만들어 15만~20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woodwatch'라는 해시태그(검색이 용이하도록 단어 앞에 #을 붙이는 방식)를 검색하면 주로 유럽 사람들이 찍어 올린 나무시계 사진 8만여 개가 쏟아진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글로 '#나무시계'를 검색해도 2000여 건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나무 소재의 특징을 살려 시계를 개성 있게 꾸미는 것도 특징이다. 본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넣거나 사슴·기린 같은 동물을 깎아 새긴다. 시계 어디든 각인(刻印)하기도 쉽다. 나무 시계를 찾는 사람들은 측면이나 뒷면에 이름이나 문구를 새기기도 한다.

    같은 종(種)의 나무도 나뭇결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무 시계엔 '세상에 하나뿐인 시계'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퍼플하트나무로 만든 보라색 시계를 여자친구와 커플로 맞췄다는 직장인 정성훈(27)씨는 "여자친구 이름을 시계에 새겨 차고 다닌다"며 "디자인이 독특해 포인트 소품으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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