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126조 쏟아붓고도 출산율 1.03명… 30%는 엉뚱한 데 썼다

    입력 : 2017.09.06 03:15

    오늘의 주제: 저출산 극복에 12년간 예산 투입하고도 '인구 위기'…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나

    - 보육·교육비와 시설 지원에 83조원
    전체 예산 66%… 부모 요구와 동떨어져
    신혼부부 주거·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육아휴직·방과후 돌봄 등에 26조원

    - 부모들,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원하지만
    민간업체 "생존권 보호" 반발에 지지부진

    - 임신·출산과 상관 없는 예산 수두룩
    '아동' '청년' 이름 붙여 대거 끼워넣어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저출산 극복에 126조8834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이 사상 최저인 1.03명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통계를 잡은 이래로 지금까지 가장 낮았던 2005년(1.08명)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수치다. 이 정도면 정책의 대실패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126조 쏟아붓고도 출산율 1.03명

    정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저출산 극복을 위해 3차례 저출산 5개년 계획을 세웠다. 합계출산율이 2004년(1.15명), 2005년(1.08명) 연이어 급락하면서 내놓은 대책이었다. 1차 계획(2006~2010년)은 영·유아 보육비 지원 등 19조원, 2차 계획(2011~2015년)은 61조여 원 등 10년간 81조원이나 된다.

    2차 계획에서 예산이 급증한 것은 2013년부터 무상 보육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3차 계획이 시작된 작년부터는 신혼부부 주거 대책 등이 추가되면서 한 해 예산이 20조원을 넘어 올해는 24조1149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작년 3차 계획(2016~2020년)에서 5년간 109조원을 들여 출산율을 현행 1.17명에서 2020년 1.5명으로 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행 2년 만에 출산율이 반등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신생아 수도 2016년 44만5000명, 2017년 45만3000명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제 작년에는 40만6243명에 그쳤고, 올해는 목표보다 9만여 명이 적은 35만6000명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인구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보육에만 65.5% 예산 사용

    2017년까지 지난 12년간 쓴 저출산 예산은 126조8834억원이다. 가장 많이 투자한 것은 무상 보육·교육비와 시설 지원비 83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65.5%에 달한다. 여기에다 신혼부부 주거 부담 경감(6.9%),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6.1%), 육아휴직 개선(4.2%), 방과후 돌봄 서비스 지원(3.7%) 등에 쓰였다. 이 같은 5대 사업에 전체 예산의 86.4%가 몰려 있다. 보육·교육비에 가장 많은 예산을 썼지만,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일조하지 못했다. 부모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탓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부모들이 첫손으로 꼽는 저출산 대책은 믿고 맡길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였다. 정부의 1차 계획에서도 국공립 보육시설을 30%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껏 지지부진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공립 확대 정책은 민간 보육 업체의 생존권 보호 요구에 밀려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일·가정 양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아휴직수당은 고용보험 가입자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여성 근로자의 41%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더욱이 기업주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정시 퇴근' 같은 일·가정 양립 정책은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린다. 프랑스는 아동수당 등 30여 개의 다양한 수당으로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우리는 예산 문제로 수당 신설은 주저했다. 그나마 내년부터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둘째나 셋째를 낳아도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나 더 낳으라'는 인구정책이 아니라 단순한 복지제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 인정은 가족관계를 깨뜨린다는 이유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효과가 발생한 것은 난임 부부 지원이다. 난임 시술로 낳은 아기는 2012년 1만4087명에서 작년 1만9736명으로 5649명이나 늘었다. 1인당 571만원꼴로 시술비를 지원한 결과다.

    ◇저출산 해결과 상관없는 예산 수두룩

    기존의 아동·청년 예산을 포장만 바꾸는 것도 문제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저출산 예산 21조7412억원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예산의 30%인 6조5290억원이 저출산과 직접 관련 없는 예산이었다. 맞춤형 돌봄 예산(11조6968억원) 중 3조1132억원, 청년 일자리, 주거 대책 등 혼인 관련 예산(3조6375억원) 중 1조3614억원, 교육개혁 예산(4조2217억원) 중 1조3225억원 등이다. 이런 예산은 올해도 수두룩하다. 청소년·아동 같은 단어만 붙여 저출산 예산으로 끼워 넣기 일쑤다.

    출산 해결은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을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장시간 근로나 비정규직 등을 없애기 위해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구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육 대책 위주에서 벗어나 양성 평등과 노동시장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해야 '출산율 1.03명'이라는 국가적 인구 위기에서 벗어날 길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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