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비 신혼부부 사이서 유행하는 '1분 청동'

    입력 : 2017.09.05 11:05

    “저희 ○월○일 결혼합니다. 네 스케줄러에 저~장!”

    지난달 중순 결혼한 신재천(28)씨는 모바일청첩장에 영상 하나를 담았다. 1분 길이의 이 영상에서 부부는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고, 여러 사진을 이어붙여 결혼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두 사람의 연애사가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구성돼 있었다. 신씨는 “모바일청첩장을 건넬 때 다소 무성의해 보일까 봐 영상을 제작했다. 우리 부부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예비 신혼부부의 개성 담아 제작

    최근 모바일청첩장에 동영상을 첨부하는 ‘시네마틱 청첩장’이 예비 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청동’(청첩장 동영상)이라고 불린다. 종이 청첩장 보다 모바일청첩장을 주고받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생긴 새로운 결혼 준비 트렌드다. 과거엔 모바일청첩장이 예식 시간이나 장소·교통편 등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엔 부부의 개성을 담아 색다른 모바일청첩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달 결혼을 앞둔 박정호(31)씨는 1990년대 한 청바지 광고를 패러디한 ‘청동’을 찍었다. 신랑 측 친구 5명과 신부 측 친구 5명이 음악에 맞춰 서로 ‘밀당’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내 친구를 빼앗길 수 없다”며 신경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한 박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예비 신부와 제가 10년 사귄 캠퍼스 커플이라 저희뿐만 아니라 대학 친구들과도 추억이 될만한 영상을 남기고 싶었어요.”

    ‘청동’은 대부분 1분 남짓한 길이. 사진을 나열해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주어진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한다. 주로 어른께 드리는 종이 청첩장은 격식을 차리지만, 친구나 직장동료와 주고받는 모바일청첩장엔 재미있고 익살스런 멘트를 넣어 흥미를 유발한다. 예컨대 ‘잘 살겠습니다’ 대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밥은 먹고 다니니. 뷔페 준비해놨어’ 같은 문구를 넣는 식이다.

    한 웨딩영상 전문업체가 제작한 모바일 청첩장 동영상. 만들어진 영상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종이 청첩장과는 다른 '결혼소식 알리미' 역할을 한다./urbanstream 인스타그램 캡쳐


    소셜미디어에 ‘청동’ 올려 결혼식 ‘셀프 홍보’

    청동에 사용된 영상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가 결혼식을 ‘셀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결혼식 당일 식전(式前) 영상으로 상영된다. 최근 주례 없는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이벤트식으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작년 10월 결혼한 김재범(32·가명)씨는 “결혼식 전 프러포즈를 못해서 결혼식 당일 동영상으로 프러포즈를 대신했다. 자작곡을 만들어 세네라데를 불렀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대행업체에서도 ‘청동’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는 추세다. 시나리오 몇 개를 만들어놓은 뒤 웨딩촬영 때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찍는다. 지난 8월 결혼한 승무원 이나연(27·여)씨는 ‘그리스 여신들’이라는 콘셉트로 회사 동료와 ‘청동’을 찍었다. 이씨와 동료 4명이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자연스럽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했다. 이씨는 “공들여 예쁘게 메이크업한 모습을 색다르게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청첩장 영상을 보고 함께 출연한 친구들을 소개팅시켜달라는 연락도 자주 받는다”며 웃었다.

    윤석진 문화평론가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찍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가 결혼식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청동’이라는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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