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 독자 핵무장은 최후 카드로"

    입력 : 2017.09.05 03:04 | 수정 : 2017.09.05 08:43

    [北 6차 핵실험]

    -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의 선택
    미군의 B61 핵폭탄 등 재배치땐 北과의 전략적 불균형 일시에 해소
    유럽에 전술핵 배치돼 있어 한국의 필요성 설득하기도 좋아
    일부선 "북핵 고도화 막는데 한계"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북한의 완성된 핵무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핵 무장 외에는 없다고 본다.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들여와 한국이 사용권을 일정 부분 나눠 갖는 방안이 주로 제기된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4일 "6차 핵실험으로 이제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됐음이 공식화됐다"며 "이런 판국에 대화·협상론은 허망한 레토릭이다. 전술핵 재배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는 의견도 있다.

    "전술핵으로 '공포의 균형' 이뤄야"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미국의 핵우산 보장 공약만으로는 '사실상 핵무장' 상태인 북한을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핵에 맞서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자 핵무장이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질서와 한·미 원자력협정 등 한·미 관계, 높은 대외 수출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가 그 대안(代案)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미군의 핵으로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다.

    전술핵무기는 보통 위력이 0.1~수백㏏(1㏏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인 핵무기를 말한다. 전투기·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은 물론 각종 포에서 발사되는 포탄, 미사일·로켓·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할 수 있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핵지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6·25전쟁 이후 배치된 주한 미군 전술핵은 1967년쯤 950기로 정점을 기록한 뒤 1980년대 중반 150여 기로 줄었다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나온 1991년 말 마지막 100여 기가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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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F-15 전투기가 가상으로 핵폭탄을 공중에서 투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폐연료봉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 핵무기 원료 중 플루토늄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확보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얻을 수 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북한의 일방적 핵 보유로 인한 전략적 불균형이 일시에 해소되며, 남북 간에 '공포의 균형'이 성립돼 이성적 판단에 의한 전면전의 위험성이 없어진다"고 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유럽에도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기 때문에 한국도 전술핵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좋다"고 했다. 하지만 천영우 전 수석은 "정상적인 핵보유국은 공포의 균형에 의한 상호 억지가 작용하지만 북한에 대해선 핵이 아무리 많아도 억지가 안 된다"고 했다. 세습 왕조 성격인 북한 정권의 특수성 탓에 '공포의 균형'을 무시한 비이성적 핵 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남주홍 교수는 "전술핵을 들여오자는 건 '공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김재천 교수는 "청와대 참모들이 '전술핵 도입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선택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된다면 B61 핵폭탄

    일부 안보 전문가는 주한미군 전술핵의 재배치가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보다 더 큰 억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B-2 등 미 전략폭격기는 평소에는 핵폭탄을 싣고 한반도로 출동하지 않으며, 이지스함·핵추진 잠수함 등에 탑재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내에 있는 전술핵무기만큼 즉각적인 핵 보복이 어렵다. 김태우 전 원장도 "태평양 건너에 존재하는 전략핵보다는 현장의 전술핵이 더욱 강한 사용 의지를 대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술핵 자체가 전투기·전폭기에 장착하는 폭탄형인데 그걸 갖다 놓는 것은 억지 효과가 크지 않다"며 "미국 본토에서 쏘는 ICBM 미니트맨3의 경우 단 30분이면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재배치가 실현된다면 B61 전술핵폭탄의 배치 가능성이 가장 크다. B61 핵폭탄은 위력이 0.3~340㏏으로 다양해 전략용과 전술용이 모두 있다. 무게가 315㎏ 안팎이어서 폭격기는 물론 전투기로도 운반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최신형인 B61-12는 방사능 낙진이 적고 지하 100m 이하의 견고한 벙커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지하 시설 타격에 효과적이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론자들도 실제로 전술핵 재배치를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방어 무기인 사드 포대 하나 배치하는 것도 애를 먹는 나라가 핵폭탄을 들여와 배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전술핵 배치를 두고 사드와 같이 남남(南南)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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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무 국방장관 "전술핵 재배치 검토할 용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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