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마다 뒤통수 맞는 시진핑… 브릭스 연설때 北核 언급 안해

    입력 : 2017.09.04 03:05

    [北 6차 핵실험]
    北, 브릭스 개막식 맞춰 核실험… 中행사에 또 재뿌려

    - 외교가 "시진핑 분노 클 것"
    '양회' '일대일로 포럼' 망쳤던 北, 中이 공들인 브릭스 분위기도 깨
    "北, 트럼프 설득하게 시진핑 압박"

    - 中외교부 "강력히 규탄한다"
    5차때 '단호 반대'보다 표현 세져… 지재룡 北대사 초치해 항의한 듯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3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다시 핵실험을 했다"며 "중국은 이를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때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던 중국 외교부는 이번에는 '강력히 규탄한다'는 등 한층 강한 표현을 썼다. 중국이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가적으로 준비해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개막 날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 재를 뿌린 데 대한 격앙된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의 결연한 의지를 직시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확실히 준수하고 정세를 악화시키고 스스로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벽하게 이행해 흔들림 없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중국 외교부가 작년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처럼 지재룡 북한 대사를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푸틴 “한반도 비핵화 입장 변함없다”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러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푸틴 “한반도 비핵화 입장 변함없다”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중·러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EPA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안팎의 시선은 이날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각) 시진핑 국가주석의 브릭스 개막 연설에 쏠렸다. 그러나 시 주석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50분 동안 6200자에 가까운 연설을 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시 주석은 "세계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개방형 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미래 10년을 브릭스 국가의 새로운 '황금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브릭스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북한 핵실험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CCTV는 북한의 핵실험 소식 속보는 제쳐 두고 브릭스와 관련한 특집 다큐멘터리, 시 주석의 연설만을 집중 보도했다. 시 주석 연설이 끝난 뒤 중국 외교부의 성명을 짤막한 단신으로 전한 게 전부였다.

    중국 '잔칫날'마다 도발한 북한 정리 표
    북한이 중국에서 국가 차원의 대형 외교·정치 행사 때마다 중국의 뒤통수를 치며 찬물을 끼얹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도 탄도미사일 3발을 잇달아 발사했고, 올 3월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기간에도 4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시 주석이 세계 29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불러모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막한 5월, 시 주석이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찾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6월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이번 핵실험은 브릭스 정상회담 분위기를 망쳤을 뿐만 아니라 19차 당대회에서 더욱 강력한 권력을 구축하려던 시 주석의 체면에도 흠집을 냈다"며 "시 주석의 분노가 이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시 주석 주도로 발표될 정상 공동성명에도 북핵에 대한 언급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대 청샤허오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등을 가늠해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피터 하예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핵실험은 트럼프보다 시진핑을 노린 것"이라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 모드로 돌아오게끔 시 주석이 트럼프를 설득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물정보]
    시진핑, 집권 후반 軍장악력 강화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