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궁녀 치마폭이 떠있는 듯한… 황홀경을 달리다

    입력 : 2017.09.04 03:05

    [떠나요, 자전거길로] [8] 충남서 역사 속을 돌다

    석장리 구석기 유적지 출발해 전망 포인트 금강철교 지나면
    공산성·무령왕릉 등 백제 속으로
    백마강 코스는 언덕 적어 수월… 부여 시내 들어가면 문화재 관람

    자전거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문화유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충남에서 '아름다운 국내 자전거길'의 9월을 열어보면 어떨까. 금강(錦江)은 삼국시대 일본·중국과의 해상 교역로였다. 금강 종주 자전거길 중간 지점인 공주~부여 구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있다. 농업용 저수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예산군 예당저수지의 자전거길에선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백제의 마지막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두 바퀴로 떠나는 시간 여행

    금강 자전거길 공주 구간은 석장리박물관에서 출발해 부여군과 경계인 탄천면 분강리(34.3㎞·4시간)까지 이어진다. 석장리는 196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구석기 유적지다. 13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박물관엔 금강변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했던 구석기인들의 주거지 막집과 도구로 사용한 주먹도끼, 찍개, 몸돌이 전시돼 있다. 석장리를 지나 강변의 금강철교를 건너면 공주 시내로 접어든다. 1933년 준공됐던 이 철교는 6·25전쟁 당시 절반 넘게 부서졌다가 1952년 복구됐다. 지금은 일방통행 차량이 다니는 1개 차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다. 이은황(65) 공주MTB 동호회장은 "20m 높이의 금강철교 자전거길에서 고즈넉하게 흐르는 금강을 내려다보며 달리는 기분은 최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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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자전거 동호인들이 충남 부여군 궁남지(宮南池·사적 135호) 연밭 사잇길을 달리고 있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武王) 35년(서기 634년)에 만들어진 국내 최고(最古) 인공 호수다. 무왕은 서동요(薯童謠)를 지어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 공주를 아내로 맞았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백제 시대 왕궁의 정원이었던 궁남지엔 현재 백련·홍련·황금련·수련 등 50여 종 100만촉의 연이 자라고 있다. 부여군은 연꽃이 만개하는 매년 7월 서동 연꽃축제를 연다. /신현종 기자
    다리 건너엔 세계유산인 공산성이 있다. 백제시대 도읍인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토성으로 지어졌다가 조선시대에 석성으로 만들어졌다. 공산성에서 10분 정도 달리면 또 다른 세계유산인 송산리고분군도 만난다. 이곳엔 1971년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을 비롯해 왕과 왕족들의 무덤 7기가 있다. 국보급 백제 유물은 송산리고분군 옆에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공주 한옥마을은 시내를 벗어나 다시 강변 자전거길로 진입하기 전에 나온다. 한옥 22개동, 57실을 갖춘 한옥마을은 자전거를 보관하는 시설을 갖춰 금강 종주를 즐기는 라이더들에게 인기다. 공주시 주요 관광지와 시내 16곳엔 무료로 탈 수 있는 공공 자전거 236대가 있다.

    ◇백마강에 흐르는 백제의 향기

    부여군에선 금강을 백마강(白馬江)으로 부른다. 백(白)은 백제를, 마(馬)는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금강 종주길 백마강 구간은 공주와 맞닿은 부여읍 저석리부터 석성면 봉정리까지다. 비교적 평탄한 코스로 이뤄져 자전거를 타면서 편안하게 주변 풍광과 문화재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강변을 따라 계절마다 피어나는 금계국, 원추리, 코스모스와 넓은 갈대밭은 장관을 이룬다. 부여군 공무원 자전거 동호회인 '굿뜨래 굴렁쇠 사랑' 회장인 김영일(48)씨는 "백마강 구간은 언덕이 거의 없는 데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어져 초보자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백마강변 풍경을 감상하고, 부여 시내에서 문화재를 관람하면서 쉬어가기 좋다"고 말했다.

    충남 내륙 자전거길 지도
    백제문화단지~낙화암~관북리 유적~정림사지~궁남지로 이어지는 코스에선 찬란했던 사비 백제의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는 1400여년 전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성과 위례성,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고분공원, 역사문화관 등을 갖췄다. 부소산성 입구에 자전거를 두고 20분 정도 걸어가면 낙화암이 나온다. 백제 시대 말기 왕궁이 있었던 관북리 유적과 절터였던 정림사지에서 출토된 유물과 건물 배치 흔적,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제9호) 등은 당시 백제의 건축 기술을 상상하게 만든다. 국내 최고(最古) 인공 연못인 궁남지는 여름엔 연꽃축제, 가을엔 국화 전시회로 유명하다. 연인들의 자전거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백마강 구간 종점인 부여읍 현북리에서 석성면 봉정리에는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자전거길(길이 710m)이 있다. 늦가을엔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들을 바라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

    ◇신비로운 예당호반길 속으로

    예산과 당진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예당저수지는 1964년 생겼다. 둘레가 40㎞에 이른다. 붕어와 잉어, 동자개 등 민물 어종이 풍부해 매년 10만명 정도의 강태공들이 찾는다.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잔잔한 수면 위에 작은 집처럼 떠 있는 수상 좌대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산읍 주교리 금오119안전센터를 출발·종점으로 삼아 저수지를 돌아보는 예당저수지 수변 자전거길엔 언덕길이 많다. 초보자들에겐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캠핑장과 조각공원,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춘 예당국민관광지엔 가족 단위 야영객들이 많이 온다. 형제가 밤마다 서로 볏단을 놓고 갔다는 훈훈한 이야기의 실제 배경인 '의좋은 형제 공원'(대흥면)엔 이성만·이순 형제의 초가집이 재현되어 있다. 라이딩으로 피곤해진 몸과 마음은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삼림욕을 하며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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