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17년 만이다.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8월 말 주민등록 인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25만7288명이다. 전체 인구(5175만3820명)의 14.02%로, UN(국제연합)이 정의하는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고령사회 원년'도 기존 통계청 예상(2018년)보다 1년 빨라졌다. UN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정의한다.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고흥, 10명 중 4명이 노인
국내 노인 인구는 2008년 506만9273명으로 전체 인구의 10.2% 정도였으나, 2014년 652만607명(12.7%), 작년 699만5652명(13.5%)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농어촌과 공업·도시 지역의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고령화가 진행된 곳은 65세 이상 비율 21.4%를 기록한 전남이다. 전남은 이미 2014년 8월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넘어섰다. 경북·전북(18.8%), 경남(14.7%), 제주(14.1%)가 고령 지자체로 뒤를 잇고 있다. 그나마 '젊은' 광역자치단체로는 세종(9.7%), 울산(9.8%) 두 곳이 꼽혔다. 세종은 공무원, 울산은 공단 근로자가 많다.
전국 기초자치단체(226곳)로 따지면 노인 비율이 높은 곳이 더 도드라진다. 1위는 전남 고흥군으로, 노인 인구가 38.1%(2만5516명)를 차지한다. 경북 의성(37.7%), 군위(36.6%), 경남 합천(36.4%)도 인구 열 명 중 네 명 정도가 노인이다. 고흥 등을 포함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긴 시군구는 93곳으로 전체 시군구 중 41%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인구 7% 미만인 시군구는 2008년 19곳이었으나 올해 8월엔 울산 북구(6.9%)만 남았다. 북구는 현대자동차 등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베이비부머도 조만간 노인 편입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에 도달하는 시간은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 등이었다. 빠른 속도로 늙어간 '노인 대국' 일본도 24년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학자들은 "노인 비율 증가에 따른 대비나 사회 체질을 바꿀 준비 기간이 그만큼 더 짧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통계청은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가 9년 후인 2026년에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의학 발달로 고령자 사망은 자꾸 줄고 ▲태어나는 아이는 계속 주는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빠르게 노인 인구에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통계청 예상보다 1~2년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며 "고령 인구의 노동 참여 욕구가 커지면서 정년은 계속 연장되고, 고령 인구의 노동 참여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 대상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젊은이 일자리 문제와 충돌하지 않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고령화 준비를 '먼 미래'의 얘기처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강보험·국민연금뿐 아니라 노인 교통·주거·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