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공포가 또 덮쳤다… '졸음과 죽음'의 고속道

    입력 : 2017.09.04 03:05 | 수정 : 2017.09.05 19:08

    [주말 잇단 '졸음운전 추정' 사고]

    천안~논산 하행선서 8중 추돌… 40대 부부 사망·9명 부상
    경부고속도로선 4중·5중 추돌 "버스만 보면 간담이 서늘"
    '졸음운전=음주운전' 경각심 필요

    2일 하루 동안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형 버스 사고가 세 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명이 숨진 지 두 달이 안 돼 또 발생한 사고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고속도로 버스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3시 55분쯤 충남 천안시 광덕면 천안~논산고속도로 하행선 265㎞ 지점 정안휴게소 부근에서 45인승 고속버스가 차량 정체로 속도를 줄이던 싼타페 SUV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버스는 이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가 8중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타고 있던 40대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다른 차량 승객 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버스 운전사 신모(57)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차만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꽝'하고 부딪혔다. 사고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졸다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천안~논산 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 부근에서 45인승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싼타페 SUV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버스가 추돌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 주변 차량과 연쇄 추돌을 일으키는 모습.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타고 있던 40대 부부가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천안~논산 고속도로 하행선 정안휴게소 부근에서 45인승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싼타페 SUV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버스가 추돌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 주변 차량과 연쇄 추돌을 일으키는 모습.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타고 있던 40대 부부가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YTN

    사고를 낸 버스는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서울에서 출발해 승객 19명을 태우고 전남 고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고속버스는 편도 2차로 고속도로에서 1차로를 달리다 앞서 달리던 싼타페 후면을 들이받았다. 싼타페 차량은 차량 정체가 시작되자 속도를 줄이던 중이었다. 버스는 첫 추돌 후에도 멈추지 않고 40~50m 더 밀고 나갔다. 싼타페는 추돌 충격으로 뒷좌석까지 찌그러진 채 갓길로 튕겨 나갔고, 버스는 정차해 있던 6대의 차량과 연쇄 추돌을 일으키고 멈춰 섰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타이어 자국이 없었다. 버스가 급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안성휴게소 근처에서 주모(45)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고속버스를 들이받아 4중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주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버스 승객 4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구간에서 정체가 시작돼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있었으나 주씨는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속도를 늦추지 못한 이유가 졸음운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와 함께 차량 결함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15분쯤 경기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에서 김모(63)씨가 운전하는 고속버스가 커브길에서 중앙선 연석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 있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승용차 뒤를 따르던 차량 3대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5중 추돌로 이어졌고 차량 한 대가 파편에 맞아 파손됐다. 이 사고로 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운전을 하다 졸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전방주시 태만으로 제때 우회전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근절되지 않는 대형 버스 사고에 시민들은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승용차보다 큰 SUV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종잇장처럼 구겨진 모습을 보니 버스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앞과 옆에서 오는 고속버스 살피기도 버겁다. 이젠 뒤에서 언제 달려올지 모르니 더 겁이 난다"고 했다.

    졸음운전 방지책 내용과 한계 정리 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운전자 근로 여건 개선, 안전장치 장착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출시된 차량부터 안전장치 장착이 의무화됐지만, 기존 차량의 경우 도입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예정이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버스 1200여대에 전방추돌경고·차로이탈경고 장치 장착을 마쳤지만, 자동비상제동 장치는 50여 대에만 있다"며 "전부 설치하기엔 개조 비용이 대당 2000만원이나 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경임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처장은 "운전자들이 졸음운전에 대해 음주운전 못지않은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전자 스스로 다음 근무를 위해 휴무일 등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등 주의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기관정보]
    국토부, 광역버스 졸음운전 방지…연속 휴식시간 10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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