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3% 성장'에 만족하고 말 건가

    입력 : 2017.09.04 03:14

    민간 활력 빼앗는 규제 늘리면서 예산 쏟아 "3% 성장 가능" 자족
    선진 경제 美는 3%가 목표지만 우리는 성장률 더 높여 뛰어야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요새 미국에선 '3% 성장을 할 수 있을까'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작년 대선 기간 중 '4% 성장'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좀 더 현실적인 목표로 '3% 성장'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자신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3% 성장'을 하는 경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곤 있지만 '3% 성장'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작년만 해도 미국에서 일자리가 200만개 이상 늘어나 완연한 경기 회복기라고 했지만, 성장률은 1.6%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표적 회의론자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7월 의회에 출석해 "3% 성장을 달성한다면 '멋진(wonderful)' 일이겠지만, '대단히 힘겨운(quite challenging)' 일이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도 미국 성장률 전망은 내년 2.4%에서 후년 1.9%로 오히려 뒷걸음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희망을 외치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 존 코건 스탠퍼드대 교수는 7월 18일 공동 보고서를 내고 "3%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중 워시 전 이사, 테일러 교수, 허버드 교수는 6월 블룸버그통신이 누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지 묻는 조사를 했을 때 각각 2, 3, 4위에 올랐기에 반향이 작지 않다. 다만 이들 주장엔 전제가 있다. 감세, 규제 완화, 민간 투자 활성화 등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을 2%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 미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0.5% 증가에 그쳤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3%대 저(低)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위기 전만 해도 우리 경제는 연간 4~5% 성장하는 경제였다. 일부에선 '선진 경제가 될수록 성장률이 떨어진다'며 위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 지나니 '3% 성장'도 기쁜 일이 됐다. 정부는 올해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쏟아부어 3년 만에 '3% 성장'을 만들 수 있다고 자족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3% 성장'이 만족스러운지 성장 불씨를 꺼트릴 수 있는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만 해도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해서 경기를 급랭시킬 우려가 있다. 내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 줄이겠다는 것도 경기 하락 우려를 키우는 정책이다. 그러나 민간의 활력을 북돋고 혁신 기업을 키울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보면 한국은 너무 안이한 것 같다. 2013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리처드 돕스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이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위기 불감증'을 경고한 데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외환 위기 같은 눈에 보이는 위기 땐 재빨리 빠져나왔지만, 이제 저성장이란 새로운 유형의 위기엔 그저 어떻게 잘 적응할지만 고민하는 듯하다.

    미국은 가장 앞선 선진국이지만 더 치고 나가겠다고 '3% 성장 방안'을 짜내고 논쟁을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생산성을 더 높여 '3% 성장'으로 뛴다면 우리는 성장률을 더 높여 더 빨리 달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의 마중물은 대부분 정부 돈이다. 민간 기업을 옥죄는 세금과 규제만 늘리려고 한다.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민간의 활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저성장 굴레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우리는 그저 '3% 성장'에 만족하고 말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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