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 모두를 동포로 인정해야"

      입력 : 2017.09.03 15:35 | 수정 : 2017.09.04 08:41

      권경안 기자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2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 학술회의. 고려인동포의 법적 지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광주서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 학술회의
      고려인특별법 등 개정, 법적 지위 확보해야
      4세이후, 국내거주자도 포함하고
      비자제도 개선하고 거주 지원해야
      광주광역시=권경안 기자

      “고려인은 사실상 외국인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소련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지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숱한 역사적 고난을 딛고 조국(祖國)의 품안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에겐 동포가 아니라 외국인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치원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국민위원회 제도개선단장은 국내거주 고려인에 대한 법령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국내거주 고려인 4세는 재외동포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재외동포법 시행령에서 동포의 범위를 3세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국적자는 동포가 아닙니다. 외국국적을 가진 동포만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지요. 재외동포법에 해당하더라도 러시아를 제외한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들은 재외동포비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출입국관리법 관련 정부지침으로 방문취업비자만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문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만25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 전에 한국을 방문하려면 방문동거 또는 유학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서 단장은 이어서 밝혔다.

      “이중 방문동거비자는 정부지침으로 만19세에 이르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자녀들은 가족생계가 어려워 대학진학이 쉽지 않습니다(한국어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들은 재외동포에 해당하더라로 만19세부터 만25세가 될 때까지는 90일마다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최대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한 단기방문비자만 발급받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출입국관리법 시행과 관련한 정부지침의 문제입니다.”

      그는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본래 재외동포비자는 장기체류를 전제로 취업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재외동포비자에 대해 ‘단순노무 취업제한’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고려인 특유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려인들은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단순노무외에 취업이 어려워 사실상 불법취업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다문화가족의 경우 한국어교육 방문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거주 고려인들의 ‘자녀들에 대한 보육과 교육지원’은 전무합니다. 의료문제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의료보험은 국내체류기간이 90일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입국후 90일이 되기 전에 누군가 다치면 가족 모두가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됩니다.”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용수)는 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에서 ‘점, 선, 면 유랑의 역사’주제 아래 ‘한국의 이민정책과 고려인의 법적 지위’ ‘국내 거주 고려인동포의 사회적응과 발전방안’ ‘광주, 고려인과 함께 하는 이야기’로 나눠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서 단장은 이날 위와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국내거주 고려인동포의 법적 지위와 특별법’을 발표했다.

      서 단장은 이날 현재 시행중인 고려인동포법은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고려인의 범위를 고려인4세부터도도, 국내에 체류중인자도 포함해야 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되도록 체류자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인화 광주고려인마을 상임이사도 고려인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발표문은 ‘광주고려인마을의 현황과 대책’이었다.

      “고려인들은 방문취업비자를 받고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으로 용역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2년간 성실근무하면 받을 수 있는 재외동포비자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재외동포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취업과 동시에 고용지원센터에 신고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쿼터가 1~2명이기 때문에 그런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비수기에는 가장 먼저 일자리가 잘립니다. 재외동포비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할 수 없어, 결국 3년만에 쫓겨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비자를 발급하여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업종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승력 고려인 한글야학 ‘너머’이사는 ‘고려인 특별법 개정안 전망과 국내체류 고려인 현황’을 발표했다. 김 이사는 “조선족동포들과 고려인동포들은 동일한 방문취업비자, 재외동포비자를 적용받지만, 고려인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이주로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정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결정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고려인 동포사회를 다른 동포사회와 다른 동포사회와 뭉뚱그려 함께 취급하는 것은 아픈 곳이 다른데 동일한 약을 처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2년부터 똑같이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재외동포비자를 받게 해준다고 하는데, 조선족동포들과는 달리 고려인들은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섰던 다른 참석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조현종 아시아문화연구소장, 윤인진 고려대 교수,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 김순흥 광주대 교수, 주정만 전남대 교수, 최홍엽 조선대 교수, 전봉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문위원, 선봉규 전남대 교수, 김병학 광주고려인마을 자문위원, 김희수 KBS PD, 홍성장 전남일보 차장 등이 참석했다.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이들은 고려인동포들이 안정적으로 조국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고려인동포의 범위를 4세 이후로도 확대하고, 국내거주고려인들도 동포로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국내 정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려인특별법, 재외동포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김승력 이사는 현재 국내 거주 고려인들은 6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외 고려인은 모두 50만명 정도로 파악했다. 국내의 경우 경기도 안산(뗏골마을), 광주광역시(월곡동 고려인마을), 인천, 천안, 경기도 광주와 화성 등 각지에 거주하고 있다.
      권경안 기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 고려인 유물전시회는 이달말까지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계속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