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軍사령관의 작심 발언

    입력 : 2017.09.02 03:13

    [주한 미군사령관, 사드 배치 지연에 불만 표하려다 접어]

    군사훈련 자제하면 北도발 멈출거란 주장에…
    "훈련 축소했는데도 北 위협 되레 높아졌다"
    강경 선회 시사… 北엔 경고, 與일각엔 불만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1~31일 진행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미국이 의도적으로 전략자산 전개를 자제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그럼에도 북한이 연쇄 미사일 도발을 한 상황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앞으로는 군사 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를 자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한국 내 일부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8월 31일 미국의 F-35B 스텔스 전투기와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동시 출격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며 브룩스 사령관 발언을 소개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국은 훈련 규모 축소가 북한과 이 지역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란 바람 속에 최근 종료된 군사 연습(UFG) 기간에 폭격기들을 전개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제스처에 특작부대의 서북도서 점령 훈련, 단거리 미사일 3발 발사, 일본 상공을 관통해 태평양에 탄착한 중거리 미사일로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상의 변화는 중요한 게 아님이 명백했다(Apparently the changes in the exercise did not matter)"고 말했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마지막 문장은 결국 '군사적 자극을 자제하면 북한도 도발을 멈출지 모른다'는 한국 내 일각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려는 메시지"라고 했다.

    이번 훈련 기간 중 미 전략자산은 전개되지 않았고, 미군 참가 전력은 1만7500명으로 작년보다 7500명 줄었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일부 여권 인사들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양국 군 관계자들은 "브룩스 사령관으로선 자신이 맡고 있는 위치에서 볼 때 더 이상 '후퇴'할 수는 없다고 보고 직접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과 괌·하와이의 증원 전력을 포함한 한·미 연합군을 작전·통제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게 임무다. 미군 수뇌부 중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자리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한국 정부와 미국 일각에서 '대화'만을 강조하는 것에 브룩스 사령관은 여러 차례 우려의 뜻을 표해왔다고 군 소식통들을 전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사드 발사대 보고 누락 사건 등을 키워 배치를 지연시킨 데 대해 매우 답답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브룩스 사령관은 사드가 주한 미군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막아줄 유일한 수단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이 지난 6월 한 비공개 강연에서 이런 불만을 표시할 계획을 세웠다가 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연합사를 방문하는 바람에 접은 적도 있다"고 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최근 한·미가 대북 정책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는 상황도 불안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절대 전쟁을 막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 조야(朝野)에선 "미군이 공격받아도 가만히 있으란 얘기냐"며 반발하는 기류가 있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하는데도 청와대에선 "UFG 기간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으면 대화 국면이 재개될 수 있다"고 했다. 미측은 청와대가 지난 26일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의도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방사포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에 비해 대응 수위가 낮아진다.

    전직 국방부 관리는 "브룩스 사령관이 지난 4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켜보며 느낀 점들이 이번 발언에 응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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