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세대 20년만에… 다시 교육태풍 맞는 '김상곤 세대'

    입력 : 2017.09.02 03:14

    [학사모 "학생·학부모를 교육부 실험대상으로 삼지 말라"]

    中3은 학교수업·수능 따로 준비
    中2는 모든 정책 격변 감당해야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수능 개편안 적용을 2021학년도에서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2, 중3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2, 중3 학생들은 20년 전 졸속 대입 개편으로 큰 혼란을 겪은 '이해찬 세대'에 빗대 자신들을 '김상곤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중3 학생들은 이번 수능 개편 유예로 고교에 진학하면 새로운 2015 교육과정을 배우지만 정작 수능은 현행 방식대로 치러야 한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 '학교 수업'과 '수능'이 엇박자가 나는 초유의 세대가 생긴 것이다. 내신과 수능 대비 방법이 워낙 달라 이중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학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고교에서 배울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토론식·협력식 수업을 하도록 짜여 있다. 그런데 정작 수능은 문제풀이·암기식으로 공부해야 점수를 잘 따는 현행 체제 그대로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천중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됐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어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 심란한 중3 아이들 -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천중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됐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어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중2 학생들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수능 개편 대상이 중3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본인들 이야기가 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년 8월까지 중2들이 치를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뿐 아니라, 내신 절대평가 도입 여부, 고교학점제 방안 등 여러 교육 정책을 동시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중2에게는 대입만이 아니라 고입까지 안갯속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중2생들이 고교에 갈 때부터 고교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해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입시 전형 시기를 일반고와 똑같이 맞추겠다고 보고했다.

    중2 학생들은 고교 입시부터 학교 수업 내용, 내신 평가제도, 대학 입시까지 한꺼번에 바뀌는 교육 격변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학습 부담 경감'을 이유로 야간 자율 학습·0교시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수능은 역대급으로 어렵게 나와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며 울분을 토하는 학생이 많았다. 이때 교육정책 때문에 혼란을 겪고 피해를 본 2002학번은 '이해찬 세대' '학력 저하 세대'로 불린다.

    이후 20년 가까이 지난 8월 31일 김상곤 부총리도 수능 개편 유예를 발표하면서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종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졸속으로 대입 제도 개편을 시도하다 학생·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주는 점이 20년 전과 똑같다.

    고교 교사들도 "새 교육과정과 수능, 어느 쪽에 맞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벌써부터 고민이다. 심지어 중3들은 수능 개편 유예로 재수를 하면 완전히 다른 수능을 치러야 해 패자 부활 기회가 없다는 걱정도 있다.

    학부모 단체인 '학사모'는 1일 성명서를 내고 "김상곤 장관의 졸속 수능 개편안과 갑작스러운 개편 유예로 중2 학생과 학부모는 내년에 수능이 어떻게 바뀔지 불안한 마음으로 1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학생·학부모를 더 이상 교육부의 수능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밝혔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섞여 있는 현 체제에서는 어떤 안을 내놓든 사람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가치와 철학, 방향성 측면에서 절대·상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해 먼저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각각 방향성이 다르고 맞는 학교 시스템이 있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안을 내놓자 학생·학부모들이 어느 쪽에 맞추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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