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극장가] 소나기

    입력 : 2017.09.02 03:02

    ■이번 주 이 영화 : 소나기

    마음속에 그리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읽은 지 오래 지나도 가슴에 꽃물이 들 듯 남아, 각자의 아련한 추억과 겹쳐 떠올리는 이야기.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황순원(1915~2000)의 단편소설 '소나기'도 그 첫손에 꼽힌다.

    지난 3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되, 기대를 뛰어넘는 인상을 남긴다. 서정적이며 간결한 문장을 스크린 위 이미지로 옮겨낸 솜씨가 놀랍고, 여운도 길다.

    소나기
    /리틀빅피쳐스
    특유의 맑고 경쾌한 화풍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길을 개척해온 안재훈(48)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개성 있다. 그의 작품들은 미·일 대작 만화영화의 흥행 공식이나 작업 방식과 일부러 거리를 둔다. 수작업을 고집하는 밑그림은 세밀하고, 색 표현은 수채화처럼 담담하다. 도시에서 전학 온 병약한 소녀와 무뚝뚝한 시골 소년이 만날 때, 둘이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고 소나기를 맞으며 비를 피할 때, 그 담백한 영상은 어느 블록버스터의 화려함보다 관객 가슴에 깊은 화인(火印)을 남긴다. 비단조개, 무당벌레, 망개나무, 싸리꽃, 도라지꽃…. 공들여 조사하고 재현한 우리 자연 속 사물과 풍경도 정겹다.

    안 감독의 작품은 비평·흥행 모두에서 소중한 성과를 쌓아왔다. 흥행 대작들 틈바구니라 상영관을 찾기 어렵고 상영시간도 48분이라 아쉬우나, 충분히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전체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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