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문학상 휩쓴, 괴물같은 열차가 온다

    입력 : 2017.09.01 18:10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장편소설|황근하 옮김|은행나무|348쪽|1만4000원


    제목은 19세기 흑인 노예 탈출을 돕던 비밀조직 이름. 저자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미국의 땅 밑 곳곳을 누비는 진짜 ‘지하철도’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기꺼이 열차의 승객을 자처하고, 자유의 탈주를 감행하는 흑인 노예 소녀 코라. “역사와 상상력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지난 4월 퓰리처상 수상을 비롯해 전미도서상·앤드루카네기메달을 휩쓸었고, 지난 7월엔 SF작가에게 수여하는 ‘아서클라크상’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인터넷서점 아마존 ‘올해의 책’ 1위를 차지했고, 드라마 제작이 결정됐다.

    신분과 차별, 폭력의 주제를 심화하기 위해 소설은 당대의 살풍경을 과장없이 드러낸다. “나무에 시체들이 썩어가는 장식물처럼 매달려 있었다. 일부는 알몸이었고, 옷을 조금 걸친 것도 있었는데, 목이 부러질 때 장에 든 것이 다 쏟아져 나오면서 바지가 시커메져 있었다… 하나는 성기가 잘렸는데, 그의 남성이 있던 곳에 추한 구멍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여자였다. 여자의 배는 불룩했다. 코라는 임신한 몸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묘사는 의회도서관 등의 사료를 뒤져가며 고증해 옮긴 것이다.

    일종의 추노(推奴) 서사이기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박진감은 소설의 큰 활력. 특유의 수식을 거의 배제한 단문이 가독성을 배가하고, 곳곳에 배치한 크고 작은 반전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도망치고 숨고 떠도는 유랑의 와중에도 저자는 생존을 넘는 실존의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당신을 속박하는 사슬에서 결함을 찾는 것. 개별적으로 보면 고리는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고리들과 합치면 그 약함으로 수백만 명을 속박할 수 있는 강력한 쇠붙이가 되었다. 그녀가 고르는 사람들은 젊든 늙든 부유한 동네에서 왔든 소박한 거리에서 왔든 혼자서는 코라를 괴롭히지 못했다. 집단을 이룰 때 그들은 족쇄가 되었다. 어디서 찾아내든 계속 주시하며 그 약한 고리를 조금씩 잘라낸다면 뭔가를 이루어낼 수도 있을까.” 이것은 과거 신분과 인종의 굴레를 포함해 현재 인류가 목도하고 있는 모든 차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작가는 최근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도 이런 식의 차별은 유효하다”며 “인류가 단 하나의 민족이 되지 않는 한 인종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여섯 번째 소설로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저자는 현재 영국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뉴욕타임스는 “강력하고 거의 환각을 일으키는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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