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벙커 '의문사' 故 김훈 중위, 19년 만에 순직 인정

    입력 : 2017.09.01 10:29

    의문사 당한 김훈 중위(오른쪽)가 96년 소위로 임관한 직후 당시 군단장으로 있던 아버지 김척씨, 어머니와 함께 군단장 공관에서 찍은 사진./조선DB

    지난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고(故) 김훈 육군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고 김훈 중위 등 5명에 대해 순직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김훈(당시 25세)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근무 중이던 최전방 GP(초소)에서 머리 관자놀이쪽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권총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언론 등을 중심으로 타살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 중위의 손목시계 파손 등 그가 격투 끝에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들도 발견됐다. 이 외에도 김 중위 밑에서 복무했던 김모 중사가 대북접촉 등 군기문란을 저지르자 김 중위가 이를 적발하다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군은 자살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김훈 중위가 사망한 지하벙커를 실물크기로 만든 모의 벙커에서 1999년 국방부 특별조사단 관계자가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 중위가 사용하던 모자와 무전기 등이 놓여 있다./조선DB

    대법원은 2006년 12월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군 당국의 초동 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고 판결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2년 3월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뒤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며 "순직으로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심사는 군 수사기관과 의문사위, 권익위, 법원에서 공통으로 인정된 사실에만 기초해 이뤄졌다. 그 결과 임무수행 중 벙커에서 '불명의 사망'으로 인정돼 19년 만에 순직 결정됐다. 사건의 진상을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사망이 직무 수행 등 공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순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이번에 김훈 중위 외에도 업무 과중 스트레스로 사망한 고 임인식 준위를 비롯해 군에서 보관 중인 미인수 영현(군 복무중 사망했으나 유족이 인수하지 않은 시신, 유골) 3건도 공무 연관성이 입증됐다며 순직으로 결정했다. 임인식 준위의 순직 인정은 48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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