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일보 책 소개 기사 문제 삼아…"비정상적 위협"]

북한이 31일 본지와 동아일보의 사장과 특정 기자를 거명하며 "극형에 처하겠다"고 했다. 북한 중앙재판소(최고 재판소에 해당)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것들은 두 놈의 영국 기자 나부랭이들이 써낸 모략 도서 내용을 가지고 우리 공화국의 존엄을 엄중히 모독하는 특대형 범죄를 감행했다"며 이같이 협박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책은 로이터통신 서울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과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대니얼 튜더가 8월 발간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다. 담화는 "(이 책이) 우리의 현실을 악랄하게 헐뜯고 왜곡·날조한 궤변들로 꾸며져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 국장(國章) 상단의 붉은별을 달러($) 표시로 바꾸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조선자본주의공화국'으로 바꾼 이 책의 표지 사진을 거론하며 "특대형 반국가 범죄"라고 했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란 제목에 대해서도 "치 떨리는 악행"이라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 기자 손○○과 사장 김○○, 조선일보 기자 양○○와 사장 방○○을 공화국 형법에 따라 극형에 처한다는 것을 선고한다"며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추가적인 절차 없이 즉시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공화국의 존엄을 악랄하게 중상·모독한 범죄자들을 조사하고 징벌하지 않는다면 그 공범자로 낙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해 안 되는 협박"이라고 했다. 우선 대다수 국내 매체들이 책을 소개했는데 두 신문만 겨냥했다. 국장·국호 패러디는 언론이 아니라 저자와 출판사 측에서 정한 것이고, 더구나 본지에는 실리지도 않았다. 대남 기구나 관제 언론이 아닌 중앙재판소가 동원된 것도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각 기관·단체들이 김정은에게 충성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중앙재판소도 가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해당 기사를 보거나 보고를 받고 지시했을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비난하고 해당 언론인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극형' 운운하는 비상식적인 위협을 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