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담배가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더 높인다"

    입력 : 2017.09.01 03:03 | 수정 : 2017.09.01 10:30

    [미국 담배회사 내부 문건… 90년대에 이미 위험성 파악]

    아이코스·글로 등 신종전자담배, 담뱃세 인상 놓고 국회서 공방
    "덜 해로워서 가격 올릴 필요없다"
    가격 인상 반대측 주장 하지만 살충제 성분 3배 많다는 연구도

    '아이코스' '글로' 등과 같은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를 올릴지를 두고 최근 국회에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일반 담배는 물론 기존 전자담배와도 다른 이 담배엔 현재 1740원의 세금·부담금이 '임시'로 붙는데, 이를 일반 궐련담배(3323원)만큼 올릴지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다.

    담뱃세를 일반 담배만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진영은 국민 과세(課稅) 부담과 함께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으냐"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종 전자담배에도 유해 성분이 많든 적든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며, '금연 보조용' '덜 해로운 담배' 등과 같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찌는 담배, 일산화탄소 농도 더 높아져"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의 특성을 섞은 아이코스(필립모리스)·글로(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연초 부분을 기계에 넣어 쪄서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찌는 담배'로도 불리는 이유다. 필립모리스는 지난 5월 아이코스를 출시를 발표하면서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만 하기 때문에 연기, 재, 냄새가 거의 없다.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고 주장했다. 출시 초반 인기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이코스 수입액(연초 부분)은 지난 5월 5억9360만원에서 7월 41억9955만원으로 7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7월에만 약 960만갑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8% 정도까지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판매량은 크게 늘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담배를 쪄서 피우는 식의 담배는 이미 1980~90년대에도 있었으며, 담배 회사들도 '찌는 담배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담배 회사 RJ레이놀즈는 이미 1980년대부터 '프리미어' '이클립스' 등과 같은 찌는 담배를 연이어 개발했다가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담배 회사 비밀 문건 연구의 권위자인 이성규 한양대 겸임교수 연구팀은 "담배 회사들이 찐 담배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96년 RJ레이놀즈 내부 문건을 보면 '(일반 담배와 비교해) 이클립스 흡연자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낮거나 비슷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농도가 높아졌다(most often increased)'는 문구가 있다는 것이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연탄가스 중독처럼 혈중 일산화탄소가 갑자기 높아지면 사망에 이르고, 저용량으로라도 오래 노출되면 뇌에 손상을 주며 뇌경색·협심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코틴도 일반 담배의 84%

    지난 5월 미국 의학협회지 '내과학'에 실린 궐련형 전자담배 연구도 '아이코스가 덜 해롭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자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아이코스에서 일반 담배의 74%, 아크롤레인은 82%까지 뿜어져 나왔다. 니코틴도 일반 담배의 84% 수준으로 검출됐다. 살충제 원료로 쓰이는 아세나프텐은 아이코스 연기에서 일반 담배의 3배(295%) 수준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태울 때 나오는 유해물질인 벤조피렌은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훨씬 적은 수준(4%) 나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독극물을 희석했다고 인체 유해성이 반드시 약해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저(低)타르 담배 흡연자가 담배를 더 깊게 빠는 것처럼 담배 흡연 습관은 제각각이라 궐련형 전자담배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개인의 흡연량을 고려하지 않고 개비당 유해물질 함유량만 단순 비교해 인체 유해성이 낮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는 흡연 방식이 다른 만큼 새로운 종류의 유해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생각이다.

    다만 필립모리스 측은 "자체 조사에선 일반 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계속 흡연하는 것보다 위험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아이코스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이코스가 신종 전자담배라 연기 포집 등 유해성 실험 방법까지 새로 개발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연말까지는 니코틴·타르 조사 검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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