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500년 전 루터를 보다

    입력 : 2017.09.01 03:03 | 수정 : 2017.09.01 08:10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루터·교황 발언 주제별로 엮은 '루터, 프란치스코 교황… ' 출간

    "'교황청병(病)'이 문제다. 교황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영적(靈的) 알츠하이머' '경쟁과 허영심' '실존적 정신분열증'…."

    2017년은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성(城)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이며 종교개혁의 불을 붙인 지 500주년이 되는 해. 교황청을 공박하는 위의 문장은 얼핏 루터가 남긴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언의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마르틴루터(왼쪽), 프란치스코교황.
    마르틴루터(왼쪽), 프란치스코교황. /위키피디아·AP 뉴시스
    최근 번역된 '루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다'(바오로딸)는 루터와 교황의 발언을 주제별로 나란히 배치한 책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천주교계 출판사에서 기획해 엮어 펴냈다. '교회' '대사부(大赦符·면벌부)' '의화(義化·칭의)' 등 주제별로 정리한 책을 읽으면 루터와 천주교가 '원수'가 아니라는 점, 문제의식은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점 등에 놀라게 된다. 500년의 시차(時差)가 무색할 정도다.

    가령 루터가 비판한 고위 성직자의 문제에 대해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부 비판이 더 매섭게 느껴질 정도다. 루터가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찾는 삯꾼이다. 양들에게서 명예, 금 또는 이익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양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면, 교황은 "주교와 사제들이 돈의 유혹과 출세주의의 화려함에 빠진다면 자기 양들을 잡아먹는 늑대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목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역으로 루터 역시 가톨릭의 몰락보다는 개선을 원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물론 차이는 있다. 루터가 사제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만인제사장'을 주장했다면 교황은 "평신도들의 '보편 사제직'과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을 분명히 구별하면서도 평신도들의 임무를 지지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대사부(면벌부)'의 경우도 교황은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죄의 흔적까지 깨끗이 씻어내는 대사(大赦)'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책을 엮은 이는 이탈리아 작가인 루카 프리파(53). 그는 "두 사람에게 분명히 보이는 아름다운 공통 요소는 바로 사목적 열정"이라고 적었다. '다름'보다는 '같음'에 주목했고, 실제로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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