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위기가 운위되는 시대에 좋은 신인 발굴에 대한 목마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달 초 발간되는 문예계간지 '문학동네'는 올해도 신인 평론가를 내지 못했다. 신인상 심사를 맡은 남진우 평론가는 "섣부른 선택보다 심사숙고의 시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4대 문예지로 꼽히는 '문학과사회'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현대문학' 모두 올해 평론부문 신인상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창작과비평'과 '문학동네'는 2년, '현대문학'은 4년 연속이다. "대체로 그 작가의 이 작품,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뻔한 해석과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대문학 박상수의 평뿐 아니라, 창작과비평 심사를 맡은 송종원·한기욱 역시 "뛰어난 작품들(시·소설)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데 반해 그 작품을 따라 읽는 응모작들(평론)의 시선은 정체돼있다는 인상"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최근 특정 문학 이론에 유행처럼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5월 문학과사회 신인상 심사를 맡은 우찬제 서강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박탈감을 설명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이론을 끌어쓰는 이들이 급증했고, 최근 페미니즘 열풍 해석에 미국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를 차용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권위자의 말에 끼워 맞춰 인정받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론은 그 너머의 새로운 비밀을 찾아나가려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은 그 중요성과 별개로 독자가 거의 없는 영역. 문예지 응모자도 20명 안팎이고, 평론집도 초판 500~1000부 정도 찍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소영현 평론가는 지난달 발간한 비평집 '올빼미의 숲'을 통해 '좀비 비평'이라고 칭했다. "계간지를 존속시키기 위한 청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작품이 출간되며 그에 관한 리뷰 작업이 반복되고는 있지만, 현재 비평은 제도로서 유지되고 있을 뿐 죽었으나 죽지 못하는 좀비 비평으로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최근 문단 내 '비평의 실종'과도 연결된다. 신인의 실종은 안전한 비평 언어와 칭찬만 남고 통렬한 비판이 사라진 현재 풍토와 맞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가 된 권성우 문학평론가는 지난해 평론집 '비평의 고독'에서 "왜 대부분의 문예지에서는 문학작품에 대한 비판적 서평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이미 이런 현실에 대한 무수한 진단과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비평계의 현실은 한층 악화되고 있다."

평론가들은 '비평의 확장'을 요청하고 있다. 권성우는 "국내 시·소설뿐 아니라 여러 장르, 나아가 외국 문학 번역본까지 비평해야 한다"고 했고, 소영현은 "문학과는 겹치지 않는 영역, 태생적으로 불확정적인 비평 범주가 내장한 미지의 영역"의 비평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