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부터는 108개 軍法堂 순례 시작합니다

    입력 : 2017.09.01 03:03

    [조계종 군종교구장 혜자 스님]

    서울 도선사 주지 시절부터 9년간 '108 산사 순례' 이끌어
    "불교 새 신행 문화 개척" 평가

    "순례 때마다 군부대에 간식 선물… 지금 군종교구까지 인연 이어져"

    "이젠 '108 군법당(軍法堂) 순례'를 시작해야죠."

    최근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에 취임한 선묵 혜자 스님(도안사 주지)은 이렇게 말했다. 8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옆 군종교구장실에서 만난 스님은 '108 평화순례단' 안내 전단을 꺼냈다. 전단 제목엔 '선묵 혜자 스님과 군법당 찾아 평화의 불 봉안하고 108염주 만드는'이란 수식이 붙어 있다.

    혜자 스님은 '108 산사 순례'로 유명하다. 2006년 그가 서울 도선사 주지 시절 시작한 108 산사 순례는 2015년까지 장장 9년에 걸쳐 이어지며 불교 신행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달 한 사찰씩 평균 5000명이 찾아 연인원 54만여 명이 참가했고, 순례단이 현지에서 구입한 농수산물 총액은 30억원에 육박한다. '개미군단의 힘'이었다. 스님은 작년부터는 '53 기도도량 순례'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 18개 사찰을 순례했다.

    지난 7월 말 조계종 군종교구장에 취임한 선묵 혜자 스님이 국방부 호국원광사 경내 범종각 앞에 섰다.
    지난 7월 말 조계종 군종교구장에 취임한 선묵 혜자 스님이 국방부 호국원광사 경내 범종각 앞에 섰다. 그는“108 산사 순례단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108 군법당 순례를 시작하겠다”며“휴전선 155마일뿐 아니라 장차 북한의 사찰에도 룸비니 동산에서 가져온‘평화의 불’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108 산사 순례 당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이 초코파이 보시. 2007년 3월 논산훈련소 인근 관촉사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기왕 가는 순례, 훈련병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선물하자며 시험 삼아 준비했는데 장병들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여성이 많은 순례단원들은 군대 보낸 자식 손자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순례단은 저마다 배낭에 초코파이 한 상자씩 넣어와 인근 군부대에 보시했다. 사찰 입구에 순례단이 풀어놓은 초코파이가 산더미처럼 쌓인 모습은 장관을 이루곤 했다. 그렇게 보시한 초코파이가 420만개, 금액으론 12억원어치 정도라고 한다. 혜자 스님은 "10년 전 관촉사 순례 때 초코파이 보시가 지금의 군종교구까지 인연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계종 군종교구는 군 생활 기간 끊어지기 쉬운 불자(佛子)들의 신행 생활을 돕고, 장병들을 대상으로 포교하는 역할을 한다. 포교의 사각지대를 돌본다는 의미가 크다. 전국 육·해·공군에 군법당 400여 개가 있고, 군법사도 130여 명에 이른다. 전임 교구장 정우 스님(구룡사 회주)은 판문점 JSA에 무량수전을 창건하고 군부대를 찾아 짜장면과 핫팩 그리고 작은 도서관을 기증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혜자 스님은 "전임 교구장 스님이 시작한 좋은 사업은 계속 이어서 할 예정이며 제가 자신 있는 순례 활동을 군종교구에서도 벌이겠다"고 했다.

    올가을 시작 예정인 '108 군법당 순례'는 매달 순례단이 군법당을 한 곳씩 찾아 초코파이를 비롯해 장병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위로한다. 방문한 군법당 이름이 새겨진 염주 알을 모아 108순례를 마치면 108개 알이 꿰진 염주가 완성된다. 군법당 방문 때 인근 사찰도 순례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방문하는 군법당에 '평화의 불(火)'을 봉안하게 된다. 혜자 스님이 지난 2013년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에서 옮겨온 '평화의 불'을 '국태민안 기원, 평화통일 발원'이란 글귀가 적힌 항아리에 담아 나누는 것. "지금 남북 관계가 엄중하지만 개개인의 마음의 평화가 가정, 이웃, 사회, 국가, 남북 그리고 세계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평양 등 북한의 사찰을 순례하면서 북녘 땅에도 평화의 불씨를 전하는 그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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