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모두가 반기고 응원한, 찾아뵙는 팔순 잔치

  • 백구현 서울 은평구

    입력 : 2017.09.01 03:10

    백구현 서울 은평구
    백구현 서울 은평구

    38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5년 전에 65세의 나이로 정년 퇴직한 후 지금까지 계속 지하철 택배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팔순이자 결혼 생활 50년, 그러니까 금혼(金婚)을 맞았습니다.

    팔순을 앞두고 자식들이 "식장을 준비했으니 친구분들과 친척을 초청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생각이 있으니 식장 예약을 취소하라"고 했습니다. 이후 제 나름의 팔순 잔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불러모으는 잔치가 아니라, '찾아뵙는 팔순 잔치'입니다.

    원래 팔순 잔치는 내가 80년을 살기까지 주위 여러분이 계셨기에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고 감사드리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운 복중에 잔치에 오라며 청첩을 하면 초청을 받으신 분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또 식장에 찾아간다고 해도 주인공과 인사 몇 마디 나누고 삼삼오오 자기들끼리 소주 한잔하고 헤어지는 정도입니다. 정말로 친한 분들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소중한 시간을 형식적인 만남으로 보내고 돌아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사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 점심을 대접하고, 아이들이 준비한 금혼 기념품도 전달하고, 그간에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나름대로 뜻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부회장을 맡은 종중의 사무실 직원, 종중 임원, 택배 사무실 동료, 정기 모임 3군데, 일가 친척 모임 2곳, 산행 친구, 낚시 친구 등 총 12개 그룹으로 나누어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지난 8월 한 달을 팔순 잔치의 달로 보냈고, 지금도 팔순 잔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런 모임이 관행적이고 형식적이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잔치라고 여겨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아직 팔순이 안 된 친구 여럿이 "아, 참 좋다.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러 해 전부터 조선일보에서 시작한 '작은 결혼식' 캠페인이 우리의 결혼 문화를 많이 개선했듯, 제가 하는 이 '찾아뵙는 팔순 잔치'가 기념식과 만남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낭비도 줄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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