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적 정치 체제는 반드시 실패 中 시진핑 새겨듣길"

  • 박지향·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입력 : 2017.09.01 03:03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대런 애스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지음 | 최완규 옮김|시공사 |704쪽|2만5000원

    지구상에 널려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산을 희사하고 있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찾은 이유는 명백하다. 이 책은 '왜 지구상의 많은 나라가 아직도 가난한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때문이다.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동서양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역사적 지식을 겸비한 사회과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들의 결론은 한마디로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데에는 경제제도가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다.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권력을 쥔 엘리트가 의도적으로 빈곤을 조장하는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몇몇 나라들은 어떻게 잘살게 되었을까? 저자가 모범으로 제시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자의적 통치를 하던 왕을 쫓아낸 명예혁명(1688) 후 국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확립했다. 포용적 정치권력은 법치를 확립하고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부를 추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정치와 경제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제도를 번영의 결정적 요인으로 간주한다.

    이 책에는 한국도 몇 차례 등장한다. 우선 오늘날의 남북한은 제도가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역사와 문화가 동일한 민족이면서 상이한 제도 때문에 그처럼 극심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착취적 정치체제가 포용적 정치체제로 바뀐 성공의 예로도 언급되는데, 그 덕분에 군사독재하에서 추진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착취적 체제는 잠시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체제하에서 성장은 계속될 수 없고 포용적 체제로 바뀌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시진핑과 중국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박지향·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박지향·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문제는 이 책이 착취적 정치를 포용적 정치로 바꾸는 해법을 딱히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도를 너무 강조하는 것도 문제인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왜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지를 간단하고 명쾌하게 분석한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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