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견과 달리 인류사에서 폭력은 줄었다"

  • 장대익·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입력 : 2017.09.01 03:03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지음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408쪽|6만원

    "침팬지와 인간 중에 누가 더 폭력적일까요?" 2001년 가을 한국을 방문 중인 침팬지 연구의 '대모' 제인 구달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의 단호한 대답은 아직도 생생하다. "침팬지가 총 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살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과연 그럴까?

    이 시대 최고의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이 통념에 도전했고, 무려 1400쪽짜리의 책으로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동서양의 전쟁 역사, 정치 체제의 변화 그리고 심리의 진화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역작이다. 하지만 자세한 디테일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의외로 담백하다. 모든 단어와 문장이 하나의 명제를 향하고 있다. '인간의 폭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전쟁, 내전, 인종 청소, 테러, 폭행, 학대, 차별 등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항변한다. 역사 속에서 대표적 분쟁들을 선정한 후 인구 10만명당 폭력에 의한 희생자 수가 얼마였는지를 계산해보라는 것. 그렇게 환산해보면 오히려 폭력은 점점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폭력이 증가했다는 일반적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크고 작은 분쟁과 테러를 연일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는 CNN(각종 미디어) 탓이란 말인가? 핑커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게다가 과거보다 현재에 대한 느낌이 더 생생하기 때문에 이런 착시 현상은 더욱 증폭된다는 것이다.

    한갓 똥개가 또 하나의 가족으로 격상된 역사를 돌이켜보자. 30년 전쯤만 해도 그것들은 감히 공감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개의 손자들이 받고 있는 처우는 전혀 다르다. 이번 여름에도 그 강아지님들 때문에 휴가 일수를 줄여야 하지 않았는가? 데려가자니 불편하고 놓고 가자니 불쌍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적어도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공감력은 실제로 증가했다. 저자는 이런 공감력의 증진과 사회적 계약의 탄생, 그리고 이성의 발현이 폭력 감소의 주요 동인이라고 분석한다.

    장대익·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장대익·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여전히 에덴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이 더 좋았고, 우리는 점점 더 이탈하고 있다고. 이 책은 이런 에덴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진화된 감성과 이성으로 현실을 돌파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패배 의식과 비관주의에 빠지기 쉬운 지금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청량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