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프로페셔널 배추전

  • 한은형 소설가

    입력 : 2017.09.01 03:03

    [한은형의 탐식탐독]

    성석제 산문집 '칼과 황홀'
    며칠 전에 머리를 자르러 갔는데 미용실 원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커트는 라인 싸움이거든요." 웃겼지만 웃지 않으려고 애썼다. 집에 와서도 이 말이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여기저기 대입해 보았다. '음식은 재료 싸움이다' '연애는 사랑 싸움이다' '글쓰기는 엉덩이 싸움이다'…

    아, 진부하기 짝이 없다. 원장님처럼 한 문장에 유머와 진실을, 그러니까 페이소스를, 더 풀어 말하자면 정서적 호소력을 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문장 더 추가해본다. '글은 제목 싸움이다'. 원장님 말투로 해야 될 것 같다. "글은 제목 싸움이거든요."

    '프로페셔널 배추전'. 이런 게 소위 이 '제목 싸움'에서 이긴 제목이다. 제목만으로도 막 읽고 싶어지지 않나요? 배추전 앞에 '프로페셔널'이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써 이 배추전은 더 이상 '그냥 배추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배추전 애호가에게는 프로페셔널 배추전이 그냥 배추전과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할 것이며, 배추전을 먹어본 적 없으나 어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프로페셔널 배추전'을 먹어보고 싶게 하는 제목이라 하겠다.

    성석제의 프로페셔널 배추전
    성석제의 산문집 '칼과 황홀'에 실린 글이다.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답게 음식을 둘러싼 사연과 정황들이 실려 있다. 이 '프로페셔널 배추전' 꼭지에는 작가의 고향, 고향의 '적집 골목(그곳에서는 '전'을 '적'으로, '전집'을 '적집'으로 쓴다고.)', '배차적'(배추전), '배차적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추전을 프로페셔널 배추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이 '배차적 요리사'이니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 요리사의 전문성은 '손맛'으로 수렴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아주머니의 손맛이었다. 허벅지를 득득 긁던 손에서 나온, 우리를 언제나 어린아이 취급하는 베테랑의 맛. 대범하고 소박한 맛.' 이 아주머니가 허벅지를 어떻게 긁었느냐 하면, 이렇다. '식당 주인은(…) 온돌에 엉덩이를 걸친 채 다리를 건들거리고 있다가 치마를 걷어올리고 허벅지를 득득 긁곤 했다. 그 순간 우리가 들이닥쳐도 놀라는 기색 없이 긁은 건 다 긁고 나서' 배추전을 부칠 채비를 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배차적'이라고 벽에 써 붙인 걸 보고 꽂혀 뭔지도 모르고 시켰던 게 나와 배차적과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배추전과 배차적이 명백히 다른 요리라고 생각한다. 배추전은 배추전이고, 배차적은 배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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