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머리 위 지나는 미사일 날리자"]

평양에 사는 20대 김철조(가명)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친구들과 개선청년공원에 놀러 간다. 야간 개장 시간에 자유이용권을 끊고 들어가 급강하탑(자이로드롭)과 배그네(바이킹)를 즐긴다. 평양의 20대 여대생 이설송(가명)씨는 주말이면 남자 친구와 능라인민유원지에 있는 입체율동영화관(4D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데이트를 즐긴다.

최근 북한 평양 주민들의 삶의 양태가 급속히 서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30일 '북한 주민의 여가 생활'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평양과 국경 도시들이 급속도로 서구화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과 국경 도시에 살았던 탈북자 1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탈북자들 증언에 따르면 최근 평양 거리엔 식당, 수영장, 커피숍, 미안실(피부미용실) 등을 갖춘 복합 쇼핑몰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또 휴대폰과 일반 가정의 태양광 발전(發電)이 남한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보급을 촉진하면서 북한 청년들 사이에선 최신 춤을 배우고 남한식 말투를 쓰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20~50대 평양 주민의 60% 정도가 휴대전화를 쓰는데, 손톱만 한 마이크로SD카드에 남한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담고 다니며 즐겨 본다는 것이다. 또 북한 정부가 2013년 이후 집집마다 태양광판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만들어 쓰게 하면서 북한 주민의 남한 문화 접하기가 더 수월해졌다고 한다. 집집마다 액정 TV, 노트텔(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 USB 등을 활용해 남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