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과 인도군이 지난 6월 중순부터 두 달이 넘게 대치했던 히말라야 고원 둥랑(부탄명 도클람)의 인도 측 능선과 도로. 양국은 지난 28일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을 종결짓기로 합의했다.

중국·인도·부탄 3국 접경지대인 히말라야 고원 둥랑(洞朗·인도명 도카라)에서 두 달여 동안 벌어진 중국·인도의 군사적 대치가 협상을 통해 해결됐지만, 이번 분쟁의 진짜 승자가 누구냐를 놓고 양국 간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양국 외교부는 지난 28일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도, 외교적 승패를 가늠할 잣대인 '중국군의 도로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도 언론과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인도의 요구 사항인 도로 공사 중단을 수용하면서 이번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디아 타임스 등 인도 매체들은 29일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다시는 도로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대치 지점에서 양측이 모두 물러서기로 했다"면서 "인도가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인도 NDTV도 이날 "중국 측 불도저들이 대치 지점에서 모두 철수했다"고 전했다. 인도군이 요구한 중국군의 도로 공사 중단, 양측 동시 철수라는 조건이 모두 관철됐다는 의미다. 인도 매체들은 또 "인도군은 대치 지점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지점에서 중국군의 도로 공사 재개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 공사가 재개된다면 즉각 다시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언론이 '외교적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인도군이 국경을 넘은 목적이 중국군의 도로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중국군은 지난 6월 중순 둥랑에서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곳은 중국과 부탄 간 영토 분쟁 지역으로 중국군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곳인데도, 인도군은 무장 병력 270여 명과 불도저 2대를 끌고 월경해 공사를 가로막았다. 중국군의 도로 공사가 인도의 전략 요충지인 실리구리 회랑(Siliguri Corridor)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본 것이다. '닭의 목'이라 불리는 실리구리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 영토를 잇는 폭 17㎞의 좁은 길목이다. 만약 중국군이 이곳을 점령하면 인도 영토는 동서로 두 토막이 난다.

양국은 이날 이후 두 달여 동안 '공사 중단'(인도)과 '인도군의 조건 없는 철수'(중국)를 요구하면서 대치했다. 국경 인근에 병력을 대거 증강 배치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전쟁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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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외교부는 중국군이 도로 공사를 중단했는지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인도 외교부는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견해를 표명하고 우려와 관심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철수한다"고 했다. 인도의 요구 사항이 관철됐기 때문에 물러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도로 공사 중단 여부를 묻는 말에 "날씨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실제 상황에 따라 관련 건설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발언은 공사 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더화 상하이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양측의 양보가 없었다면 대치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이 한발 양보해 공사를 중단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장구이훙 푸단대 연구원도 "중국군이 한시적이라도 공사를 중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군의 월경·대치 작전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주문했던 환구시보도 공사 중단 여부는 거론하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30일 "인도 언론들은 이번 군사 대치 해소가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지만 양국이 군사적 수단이 아닌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일방의 승리는 아니다"고 했다.

중국 내 여론의 반발이 거세면 중국 정부가 도로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예컨대 인도 모디 총리가 참석하는 브릭스 정상회의(중국 샤먼·9월 3~5일)가 끝나면 중국군이 다시 이 지역에서 도로 건설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