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30년대 韓·中·日 문화재 사진, 세상밖으로

    입력 : 2017.08.31 03:05

    불상 사진 전문가 오가와 세이요, 日 아스카엔에 사진 10만장 남겨
    경주학硏, 내년부터 3년간 조사

    아스카엔 수장고에 보관된 오가와 세이요의 유리건판 필름들.
    아스카엔 수장고에 보관된 오가와 세이요의 유리건판 필름들. /경주학연구원
    "북한 고구려 고분의 사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스카엔(飛鳥園)에 보관돼 있던 1920~1930년대 한반도 전역 문화재 사진의 보고(寶庫)가 열린 셈입니다."

    경주학연구원 박임관 원장은 30일, 일본 나라(奈良)시의 문화재 전문 사진회사인 아스카엔에 유리건판 상태로 정리되지 않은 채 보관돼 있던 사진 10만여 장을 내년 1월부터 3년 동안 조사하기로 아스카엔과 31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아스카엔은 일본 강점기 시대 경북 경주시 구황동 황복사(皇福寺)터 삼층석탑(국보 제37호) 주변에 배치된 십이지상(十二支像·12간지 동물을 형상화한 상)이 어떻게 발굴 조사됐는지 보여주는 일본 건축가 겸 고고학자 노세 우시조(能勢丑三·1889-1954)의 희귀 사진 〈본지 1월 31일자 A19면〉을 보유하고 있던 곳. 이번에 조사할 사진들은 아스카엔 창업주이자 불상 사진 전문가 오가와 세이요(小川晴暘·1894-1960)가 1920~1930년 한·중·일을 답사하면서 촬영했다.

    오가와 세이요는 아사히신문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불상에 관심을 가지고 1921년 아스카엔을 열고 전업했다. 그는 1926년부터 10년 가까이 1년에 한두 달은 한국에 머물면서 각종 문화재를 촬영했다. 박임관 원장은 "생전 그가 남긴 답사기록을 보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과 실크로드 둔황 등도 촬영했던 것으로 나타난다"며 "국내 문화재 사진이 1만~2만 장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대혁명으로 훼손되기 이전 본래 모습을 담고 있는 실크로드 불상 사진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노세 우시조가 1930년대 경주에서 원원사지 삼층석탑을 복원하기 위해 1층 몸돌을 옮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경주학연구원은 아스카엔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 사진 10만여 점을 조사하기로 했다.
    노세 우시조가 1930년대 경주에서 원원사지 삼층석탑을 복원하기 위해 1층 몸돌을 옮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경주학연구원은 아스카엔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 사진 10만여 점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주학연구원
    경주학연구원은 2014년부터 노세 우시조 사진과 함께 오가와 세이요 사진의 존재를 알고 아스카엔과 논의를 해왔다. 올 들어 일본 나라국립박물관과 도쿄예술대 등도 오가와 세이요 사진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제의했고, 중국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아스카엔은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국내 민간기관 경주학연구원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경주학연구원은 필요 예산 3억원가량을 지자체 등과 협의해 확보할 방침이다.

    노세 우시조 사진을 조사했던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가는 "당시 2000여 점 정도 있다고 듣고 아스카엔을 찾았더니 유리건판이 3000점 넘게 있었고 그중 700여 점이 국내 사진이었다"며 "이번에도 기대 이상으로 국내 문화재 사진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학연구원은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과 함께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주 엑스포 문화센터에서 노세 우시조가 경주지역 우리 문화재를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도 최초로 일반 공개한다. '90년 전 흑백사진에 담긴 우리문화재전'이다. 경주 원원사·황복사·감은사 터와 신문왕릉·성덕왕릉·헌덕왕릉 사진 등 78점과 예천 개심사, 구례 화엄사, 개성 고려왕릉 사진 9점 등 모두 87점을 전시한다. 문의 (054)740-3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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