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생리대 공포 과장된 측면 있다"

    입력 : 2017.08.31 03:05 | 수정 : 2017.08.31 07:36

    "생리불순 유발하는 VOCs, 컵라면·종이컵 통한 섭취 더 위험… 생리대가 영향 줄 가능성은 낮아"
    "소량으로도 내분비 교란" 반론도

    "생리대를 바꾸고 나서 생리불순이 왔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리 기간에 유난히 어지럽고 생리통이 심해졌어요. 생리대 때문이죠?"

    산부인과 진료실에는 요즘 생리대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다들 생리대 무서워 못 쓰겠다고 하소연하는 통에 진료실에서 종일 생리대 얘기만 한다"면서 "생리대 유해성 연구가 없어 이렇다 저렇다 말해 줄 수 없어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 생리대 유해성 논쟁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이 나왔다는 시민 단체 조사 결과가 나오고, 식약처가 국내 유통 중인 전체 생리대의 유해 물질 함유량 등을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여성들이 단순 불안감을 넘어 '생리대 패닉'(panic·집단적 공포)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산부인과 의사는 VOCs 생리대 유해성이 지나치게 부풀었다고 말한다. VOCs를 방출하는 생리대가 생리 주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VOCs가 주로 속옷과 닿는 접착면에 있어서 직접 피부에 닿지 않아 흡수량이 극히 미약한 점 ▲설사 피부에 닿아도 한 달에 5일 정도 미량 노출로는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생리 주기를 바꿔 놓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또 내분비 교란 물질 섭취는 비닐 용기, 종이컵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생리불순은 생리대뿐만 아니라 복합적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도 꼽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화학물질 오염 생리대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생리대에 VOCs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생리 주기가 바뀔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대형마트 생리대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 설명서를 살펴보는 모습.
    뭘 써야하나… - ‘유해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생리대 위해성이 과도하게 증폭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대형마트 생리대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 설명서를 살펴보는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유해성을 주장하는 쪽은 VOCs는 소량으로도 내분비 교란을 일으켜 생리불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2012년 대만대 연구팀이 LCD 모니터 공장에서 VOCs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생산 공정 여성들이 사무직 여성보다 생리 주기가 짧아졌다고 발표한 논문을 제시하고 있다.

    인하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작업장에서 VOCs에 노출됐다면 노출 기간과 오염 정도를 알고, 노출되지 않는 유사 그룹과 비교 연구를 할 수 있어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생리대는 사람마다 사용 기간, 방식이 다 달라 유해성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호흡을 통해 직접 폐로 들어가 손상을 일으켰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었지만, 생리대는 변수가 많아 개별적 유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최안나 난임센터 소장은 "최근 월경 주기가 바뀌었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면 생리대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종합적 평가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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