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30일 "한국 정부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현실에 기반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선고를 하루 앞두고 한국 주재 외국 기업인들까지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늘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이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시켜 과거 수당 등을 소급 지급할 것을 청구한 체불 임금 소송의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만약 기아차 사측이 패소할 경우 최대 3조여원의 지급 의무가 생겨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앞으로도 매년 수천억원의 부담이 추가된다. 기아차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켜 온 대부분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추가 부담이 산업계 전체로는 38조원에 이르고 자동차 업계에서만 2만3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와 있다. 재앙 같은 사태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기업 현장의 수십 년 관행을 고려하지 않은 법원의 비현실적 판결 때문이다. 과거 대부분 기업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이 "확정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통상임금 소급 적용을 청구하는 소송이 쏟아졌고 현재 192개 기업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 절반가량이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2013년 대법원은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엔 신의칙(信義則)에 따라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경영상 어려움'이란 기준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혼란은 더 증폭되고 있다. 하급심 판결도 오락가락한다. 같은 통상임금 소송인데도 개별 기업의 경영·재무 사정에 따라 어떤 판결은 소급분을 "주라"고, 어떤 판결은 "주지 말라" 한다.
노사 당사자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합의를 했으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법상 신의칙일 것이다. 수십 년 관행이 하루아침에 뒤집히고 그것도 사회의 신의칙을 수호해야 하는 법원이 문제의 원인을 만들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는 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