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 든 무용수 춤사위에 히잡 쓴 현지인도 '어깨춤'

    입력 : 2017.08.29 03:01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 말레이시아 페낭 초청 공연

    "시르렁 시르렁 톱질이야. 시르르르렁 실겅 시르렁 박을 딱 타노니. 쌀이 하나 수북 돈이 하나 가득. 흥보가 좋아라. 아이고, 좋아 죽겄다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박을 타던 흥부가 쏟아진 쌀과 돈에 환호하는 순간, 공연장은 박수로 차올랐다. 지난 27일 저녁 말레이시아 페낭의 조지타운 베이뷰호텔 공연장. 맨 앞줄에 앉아 프로그램북에 연신 공연평을 써내려가던 영국인 돈 갤럽(88)씨는 "이처럼 기운찬 목소리가 있다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사람을 들었다 놨다 혼을 쏙 빼놓는다"며 엄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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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말레이시아 페낭의 조지타운 베이뷰호텔 공연장에서 역대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중 19명이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무용수들이 소고를 들고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임방울국악진흥회
    말레이반도 서북부에 있는 페낭은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답게 울창한 열대우림과 초고층 빌딩 숲, 유서 깊은 사원과 최첨단 쇼핑몰이 공존하는 작은 섬. 그중에서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고즈넉한 뒷골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주도 조지타운은 도시 전체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공간이다. 그곳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중에서 선발된 19명이 섰다. 광주광역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임방울국악진흥회와 주말레이시아 한국 대사관이 주관한 페낭 초청 공연이 열린 것. 임방울국악제는 국창(國唱) 임방울(1905~1961)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열리는 국악제다.

    일곱 번째 해외 공연인 올해 무대가 더욱 눈길 끄는 건 매년 8월 한 달간 이곳에서 펼쳐지는 '조지타운 문화예술축제(GTF)'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3년 전 광주를 방문해 판소리 공연을 보고 감전된 듯 짜릿한 충격을 받았다"는 조 시덱(Sidek·58) 축제 총감독은 "한국 전통음악에 오늘날 전 세계 젊은이를 사로잡은 K팝의 원류가 살아 있다고 느꼈다. 국악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오후 8시 30분, 300석이 가득 찼다. 이순 한국미용박물관장이 조선시대 왕비가 대례 때 착용했던 대수(大首)머리를 보여주는 특별 공연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풍물판굿'이 첫 무대를 열었다. 객석에서 무대로 나아간 징, 꽹과리, 북, 장구, 태평소가 상모를 휙휙 돌리며 심장을 파고들었다. 2005년 대상을 받은 소리꾼 김찬미는 옥에 갇힌 춘향의 처연한 심사를 그린 '쑥대머리'를 불러 찬사를 받았다. 이정아는 가야금 열두 줄에 춘향의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를 낭창낭창하게 실어 보냈다. 무용수 일곱 명이 뱅그르르 돌면서 붉은 부채로 꽃을 피워내는 순간, 절로 박수가 쏟아졌다.

    절정은 소고를 든 무용수들이 활달한 춤사위로 신명 나는 가락을 빚어낸 '소고무'였다. 히잡을 둘러쓴 무슬림 여인들도, 전통의상을 입은 인도 여인도 어깨를 출렁이며 장단에 호응했다. 피날레는 아리랑. 대금과 아쟁, 장구, 거문고가 아리랑을 기악 합주로 풀어낸 데 이어 전 출연자가 무대 위로 나와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9년 전 두 아들을 데리고 페낭으로 유학 온 사라 신(54)씨는 "모든 무대가 베스트. 두 시간이 한바탕 꿈같았다"고 했다. 자막이 없어도, 우리말을 몰라도 진심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면 귀신같이 알아챈다는 걸 증명한 무대였다.


    [나라정보]
    동남아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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