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사랑'을 스쳐만 갈 수 있으랴

    입력 : 2017.08.28 03:18 | 수정 : 2017.08.28 03:19

    [히든 시티]
    전북 남원, 둘러보는 곳서 머물다 가는 곳으로… 광한루 옆 1만㎡ 한옥 숙박단지 조성

    남원시, 150억 들여 '한옥텔'… 최기영 대목장이 완공까지 담당
    시멘트 등 인공소재 사용 '0', 단지 곳곳선 전통 체험 프로그램
    시내 가로지르는 요천 건너면 소리관·미술관 등 '아트밸리'

    전북 남원은 조선시대 한글 소설 '춘향전'에서 주인공 성춘향의 고향으로 그려진 곳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 해 평균 450여 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그런데 같은 기간 남원에서 묵고 간 관광객은 연평균 46만여 명에 그쳤다. 기생의 딸 춘향이와 양반인 이몽룡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약속했던 광한루원(廣寒樓苑) 외엔 주목할 만한 관광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남원 관광의 일반적인 패턴은 오전에 관광지를 둘러보고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고 떠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남원 예촌 전통한옥 숙박단지의 연못에 있는 부용정(芙蓉亭)은 백제시대부터 전해지는 전통 기법으로 세워졌다. 조명을 받는 밤엔 한옥의 곡선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곳에 묵는 관광객들은 한지 부채 만들기, 고무신 만들기 등의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남원 예촌 전통한옥 숙박단지

    이환주 남원시장은 지난 2011년 취임하면서 남원을 '머물다 가는 도시'로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는 2020년까지 광한루원 북문·서문·동문 인근에 612억원을 투입해 문화관광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1단계 사업인 전통 한옥 숙박단지와 문화 체험단지 공사를 마무리했다. 남원에서 숙박을 한 관광객은 7월 말 현재 34만8023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지난해 기록을(45만1708명)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남원시는 또 지리산에 친환경 산악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구간(18㎞)은 남원시 주천면 육모정~정령치, 2구간(16㎞)은 남원시 달궁삼거리~성삼재~천은사까지다. 총 34㎞ 구간에 2500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산악철도가 들어서면 관광객 증가, 주민 교통 편의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명장이 빚은 전통 한옥서 하룻밤

    남원 예촌 광장에 있는 성춘향과 이몽룡 동상. 동상을 받치는 대리석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이 적혀 있다.
    남원 예촌 광장에 있는 성춘향과 이몽룡 동상. 동상을 받치는 대리석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이 적혀 있다. /김영근 기자

    시가 광한루원 북문 인근 1만㎡ 부지에 150억원을 들여 만든 '남원 예촌 전통 한옥 숙박단지'는 한옥 건물 7채에 24개 객실(80명 정원)로 이뤄졌다. 최기영 대목장(大木匠·중요무형문화재 74호)이 설계부터 완공까지 책임졌다. 숭례문·창덕궁·경복궁 등에 기와를 얹은 이근복 번와장(翻瓦匠·중요무형문화재 121호)도 참여했다. 한옥을 만들 때 시멘트·스티로폼·화학단열재 등 인공 소재를 쓰지 않고 황토·한지·소나무·대나무 등 자연에서 나는 재료만 썼다. 난방도 구들장을 놓고 아궁이에서 장작을 때는 전통 방식이다. 시는 숙박단지 운영을 전문 호텔 업체에 맡겼다.

    한옥 단지에선 부채·꽃 고무신 만들기, 판소리 배우기, 전통 예절 배우기,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개관 후 1만1299명이 왔다. 남원시는 남원 예촌을 찾은 관광객이 지역 안에서 15억3500여 만원을 쓰고 갔다고 분석한다. 이한영 한옥 숙박단지 매니저는 "남원 한옥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가족 단위 관광객, 연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며 "여기에서 지리산·전주 한옥마을·곡성 기차마을·담양 소쇄원 등의 관광지를 30분~1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남원 예촌이 전라도 여행의 거점이 될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통·현대 문화 어우러진 아트밸리

    전북 남원 지도

    남원 시내를 가로지르는 요천을 사이에 두고 북서쪽에 광한루와 남원 예촌이, 남동쪽엔 한문화 아트밸리가 있다. 지난해 6월 함파우 소리체험관이 세워졌고, 앞으로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과 남원도예촌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함파우 소리체험관에선 호남 좌도 농악을 전승·교육한다. 함파우는 '물결이 머무는 고요한 곳'이란 순우리말이다. 소리체험관에선 난타 공연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 명상, 농악 캠프, 전통 공예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소리체험관 인근엔 한옥 4채에 50명을 수용하는 한옥 숙박동이 있다.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올해 말 개관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병종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그림 400여 점, 미술 관련 자료와 서적 등 모두 5000여 점을 남원시에 기증했다. 남원 출신인 김 교수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미국·프랑스·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30여 회 열었다. 대영박물관, 온타리오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김병종미술관은 지상 2층 1442㎡ 규모에 전시실과 수장고, 북카페 등을 갖췄다. 김 교수의 작품과 국내 유명 화가, 지역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이 동시에 전시될 예정이다. 심수관과 남원도예, 남원 목칠과 현대 목칠 작가전, 춘향과 사랑의 테마전, 남원부채와 선비문화전, 한·중·일 미술 교류전, 남원 미술인전 등도 열린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관광객이 남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수록 지역 경제도 좋아진다"며 "진행 중인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남원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21세기형 문화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정보]
    세계 희귀종 '댕구알버섯' 남원서 4년간 14개 발견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