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쓸게 없네"… 생리대 '집단 스트레스'

    입력 : 2017.08.28 03:04 | 수정 : 2017.08.28 14:29

    美·佛제품서도 유해성분 검출
    안전한 생리대 찾아 헤매느라 '생리대 노마드'란 말까지 등장
    여성환경연대 "미국 P&G보다 국내산이 검출수준 훨씬 양호"

    "공포감까지 느껴요. 너무 불안해서 해외 유기농 제품을 사려고 해도 모두 '완판'(모두 팔림)이네요."

    지난달까지 '릴리안' 제품을 썼다는 직장인 손모(27·경기도)씨는 27일 "당장 생리 기간이 또 돌아오는데 어떤 생리대를 쓸지 스트레스가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명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서도 '어떤 제품 쓰느냐' '미국 생리대는 괜찮나' 같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안전한 생리대 제품을 찾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생리대 노마드(nomad)'란 말까지 생겨났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최근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과 관련해 여성들이 '집단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제품 찾지만…

    하지만 해외 제품 역시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 국내 생리대 제품에서 발암물질 등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해외 제품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있다.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14년 미국 여성 환경 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가 처음 제기했다. WVE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P&G 생리대 '올웨이즈' 제품 4종에 든 유해물질 검출량을 조사해 발암물질이거나 생식(生植) 독성 등이 있는 스티렌 같은 여러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민단체의 P&G 생리대 유해성 조사 결과 표
    여성환경연대의 국내 생리대 조사에서도 스티렌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미국 P&G 생리대보다는 검출 수준이 훨씬 양호하다"는 게 여성환경연대 측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리대에서 VOCs가 검출돼도 이를 제재하는 등 관리 기준을 마련한 나라는 없는 상태다.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WVE 회원들은 올 5월 미국 국회를 찾아 "여성 위생용품에 어떤 성분이 쓰이는지, 이 성분이 안전한지 알권리가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에선 작년 2월 '6000만 소비자들'이란 잡지가 생리용품 11종을 자체 검사해 이 중 5종에서 다이옥신이나 살충제 성분 등이 나왔다고 발표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극히 소량 검출돼 심각한 위험은 없다'고 했지만 "소량이라도 장기·반복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제품명 공개 공방

    여성환경연대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제조사·제품명과 검출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릴리안 제품 외 "다른 어떤 제품이 유해한지 알려 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에 조사 자료를 넘겼다. 정보 공개 여부를 식약처에 일임했다"는 입장이다. 여성환경연대에 생리대 제조 회사인 유한킴벌리 임원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조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의 경쟁 회사 임원이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임원이 이사로 활동하는 사실이 생리대 검출 실험이나 공개 여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생리대 부작용 논란에도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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