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내란선동 혐의로… 경찰, '태극기 집회' 수사

조선일보
  • 권선미 기자
    입력 2017.08.28 03:06

    [軍인권센터 고발에 검찰서 수사 지휘… 시위참가자에 '內亂' 죄목 첫 적용]

    "탄핵 반대하며 계엄령 선포 주장"
    5개월만에 고발인 조사 끝내고 곧 장경순 前 국회부의장 등 소환

    경찰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태극기 집회)에서 '계엄령 선포'를 주장한 보수 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내란 선동 혐의로 조사하는 건 사상 처음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월 태극기 집회 참가자인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송만기 양평군의회 의원, 한성주 공군 예비역 소장, 윤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5명을 내란 선동·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군 인권센터는 주로 군 내부의 인권침해 사건을 외부에 고발해 온 시민단체다. 군인권센터는 "피고발인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집회에서 '계엄령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나라' 등 문장이 적힌 종이를 배포해 평화적 집회인 촛불 집회를 군사력으로 진압하라고 하거나 군부 쿠데타를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모인 300여개의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대형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 군인권센터는 지난 1월 ‘태극기 집회’의 주동자 격인 보수시민단체 5명을 내란 선동·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모인 300여개의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대형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 군인권센터는 지난 1월 ‘태극기 집회’의 주동자 격인 보수시민단체 5명을 내란 선동·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상훈 기자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24일 사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군인권센터 관계자를 지난 22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만간 피고발인들을 소환해 사실 관계와 발언 경위, 취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내란선동죄는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선동하는 죄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죄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태극기 집회 내용이 과연 내란 선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내란죄가 인정된 사람은 12·12사태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이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내란 선동이란 것은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인데, 태극기 집회에 이런 목적이 있다고 보기가 쉽지 않다"며 "태극기 집회보다 훨씬 강도가 센 집회들이 많았다"고 했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내란선동죄' 적용 검토로 수사 지휘가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내란선동죄로 고발이 접수되더라도 사안을 판단해 일반 형사사건으로 전환시켜 경찰에 조사 지시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태극기 집회에 대한 시민 단체의 고발을 묵살하기 어려웠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란 선동' 혐의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경찰에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태극기 집회 중 발생한 폭력 사건 등 다른 집회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보낸 것"이라며 "내란 선동 혐의를 변경하지 않는 것은 고발에 따른 것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중 총궐기' 불법 집회를 주도했을 때도 내란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한 위원장은 당시 "물류를 세우고 국가를 멈추라"며 선동했다. 폭력 시위로 인해 경찰관 수십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가 파손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으로 수사받고 구속됐을 뿐 내란 혐의가 적용되진 않았다.

    당시 한 위원장에게 적용된 소요 혐의에 대해선 지난 7월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손괴의 행위를 한 자'에게 적용된다. 검찰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소요를 일으키겠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지난 1월에 들어온 고발건에 대해 반년 이상 지난 지금에야 내란선동죄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24일 사건을 접수한 이후 지금까지 사실 관계 기초 조사를 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촛불 집회에 대해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민주적인 시위'였다며 '촛불 집회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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